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공공의 변화는 대부분 구호에서 멈춘다. 디지털, 혁신, 시민 중심이라는 말은 넘쳐나지만 정작 현장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광안대교의 변화는 더 눈에 띈다. 차량은 멈추지 않고 요금소는 사라졌으며, 시민은 요금소에서 직접 돈을 내지 않는다.
이 장면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리더십의 결과다. 부산시설공단이 ‘2025 디지털정부 발전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이유도 결국 사람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이성림 이사장이다.
스마트톨링은 도입 자체보다 결단 과정이 더 어려운 사업이다. 요금 징수 체계를 바꾸는 일은 곧 민원과 책임, 그리고 실패 가능성을 함께 떠안는 일이다. 공공기관에서는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선택이 늘 안전하다. 반대로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선택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결정권자의 몫이 된다. 이성림 이사장은 그 지점을 비켜가지 않았다.
광안대교 스마트톨링은 단순한 자동 결제가 아니다. 행정정보 공동 이용을 전제로 한 구조 전환이며, 행정이 먼저 움직여 시민의 ‘지불 행위’를 시스템이 대신 처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연간 약 290만 대에 이르는 면제·감면 차량이 요금소에서 별도의 증빙 절차 없이 통과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철학의 문제다.
시민을 관리 대상이 아닌 신뢰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디지털정부라는 말은 여기서부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표창은 기관에 주어졌지만 평가의 초점은 분명하다. 성과는 시스템이 만들었을지 모르나 방향은 사람이 정했다. 눈에 띄는 성과 홍보보다 작동하는 구조를 택했고, 단기적 무난함보다 장기적 변화를 선택했다.
이성림 이사장의 리더십은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실패 가능성까지 포함해 책임을 안고 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광안대교는 막히지 않고, 행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돌아간다.
스마트톨링은 끝이 아니라 기준이 됐다. 다른 공공 도로는 왜 여전히 멈추는지, 왜 시민은 여전히 요금소에서 지불해야 하는지, 왜 디지털은 늘 시범사업에서 끝나는지 묻게 만든다. 광안대교 위에서 이미 하나의 답은 제시됐다.
기술은 누구나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선택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공공의 혁신은 결국 장비가 아니라 사람의 이름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