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한 전 대표 제명을 요구하고, 친한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제명 철회를 주장하며 충돌했다.
3선의 송석준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분열은 말이 안 된다"며 한 전 대표를 제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 등 일부 원외 인사는 "한 전 대표는 실력이 없다, 왜 지키려고 하느냐"며 맞섰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의총 도중 나와 "여기는 진짜 미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총이 끝날 무렵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고 결정을 내려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당무감사위가 권고했던 당원권 정지 2년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결정문을 내고 김 전 최고위원이 각종 매체에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 등을 비판한 것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사전계획성 등을 따져 볼 때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JTBC 이가혁 라이브에 출연해 "민주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해 부정선거라든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망상이다, 당원들은 이렇게 몰고 가면 안 된다라는 비판을 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라며 "내용상으로도 입틀막"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윤리위 결정이 금요일에 내려졌다고 하는데 오늘 오후 5시에야 전화로 연락을 받았다"며 "다음 주 월요일날 한동훈과 김종혁을 같이 제명하기 위해서 시간을 맞추는 건가 의구심도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를 받을 경우 10일 이내 탈당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회 추가 의결 없이 제명된다.
한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지금의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며 "윤 어게인 사이비 보수로부터 진짜 보수를 지켜내야 한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 측은 오는 29일 징계 철회 기자회견과 31일 '진짜보수 다 모여라' 집회도 예고했다. 정치 플랫폼 한컷에서 그는 "당을 떠나지 말아 달라"며 "그건 사이비 보수들이 바라는 바"라며 탈당을 만류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쌍특검 관철을 촉구하며 8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던 장동혁 대표가 복귀하는 29일 최고위에서 한 전 대표 제명안이 상정·의결되면 단식 국면 동안 잠잠했던 갈등이 정면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는 입원 나흘 만에 퇴원했으며, 통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지만 복귀 의지가 강해 이르면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2일 최고위에서 김 전 최고위원과 한 전 대표를 동시에 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재심 청구를 하지 않고 농성장을 찾지 않는 등 화합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제는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징계 의결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며 "주말 집회는 한 전 대표에게 정치적 자충수였다"고 제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전 대표 측이 이미 당무감사 결과를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선 데다 최고위 의결 시 징계 처분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 등 추가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 전 대표 측은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6·3 지방선거 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제명을 하게 되면 장동혁도 패자가 되고, 한동훈도 패자가 된다. 지도부도 결국 흔들릴 것"이라며 "서로를 죽이는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장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쌍특검을 고리로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부터는 국회 본관 앞에서 쌍특검 입법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거리 투쟁과 온라인 서명 운동을 병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