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매출로 증명한 삼성전기, 모바일 대신 선택한 '정체'

2026-01-26 14:31

AI 서버 수요 급증, 삼성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

삼성전기가 AI와 전장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25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전기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1조 3145억 원, 영업이익 9133억 원을 달성했으며, 특히 4분기에는 AI 가속기용 패키지 기판과 고사양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08%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삼성전기의 이번 실적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모바일 부품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구조를 AI 서버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25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영업이익은 24% 증가하며 외형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잡았다. 4분기 매출만 떼어 놓고 봐도 2조 902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2395억 원을 기록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컴포넌트 사업부의 활약이 돋보였다. 4분기 매출 1조 3203억 원을 기록한 이 부문은 연말 재고 조정이라는 계절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MLCC(전자제품 내에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가 AI 서버 및 파워용 제품군을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전기는 산업용과 전장용 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고용량·고압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패키지 솔루션 부문 역시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4분기 매출은 64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글로벌 빅테크향 AI 가속기용 FCBGA(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와 자율주행 시스템용 기판 공급이 실적을 견인했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팽창 속도에 맞춰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 생산 라인 풀가동에 대비한 선제적 공급 전략을 수립 중이다.

광학 솔루션 부문은 937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 고성능 IT 기기용 카메라 모듈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의 전장용 모듈 공급이 확대된 점이 주효했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카메라 고성능화 요구와 더불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신규 응용처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는 피지컬 AI(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액츄에이터 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전기가 바라보는 2026년의 청사진은 더욱 공격적이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글라스(Glass) 기판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부품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낸다. 특히 자율주행 고도화에 따른 전장용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시장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삼성전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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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확보한 기술적 우위가 실적 안정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한다.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외부 경기 변동에도 견디는 힘이 강해졌다는 평이다. 삼성전기는 히터 및 발수 코팅 기술이 적용된 전장 특화 제품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삼성전기는 모바일 부품사라는 과거의 틀을 깨고 AI·전장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고사양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신규 고객사 발굴은 2026년에도 삼성전기의 성장세를 이어갈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