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300만원은 시작일 뿐… 악성 민원 잡을 진짜 대책은 따로 있다

2026-01-26 11:35

교권 침해 고발, 이제 교육청이 직접 나선다

정부는 그동안 교권 5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특이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교육 당국은 교사의 학교 민원 대응과 교육활동 보호가 개인의 몫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 등 기관의 책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대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 절차다. 앞으로 폭행이나 성희롱, 불법 정보 유통 등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감이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권고하는 절차가 매뉴얼에 명시된다.

교육부와 대한민국 교육감협의회가 1월 22일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에서 ‘학교 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교사가 홀로 감당하던 악성 민원을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관할청이 직접 고발 조치하는 등 법적 강제력을 대폭 높인 것이 핵심이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학교장의 권한도 실질적으로 강화된다. 기존에는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학교장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었으나, 앞으로는 상해나 폭행, 성폭력 범죄 관련 사안이 발생하면 위원회 결정 전이라도 학교장이 즉시 가해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나 학급 교체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또한 학부모가 교육활동 침해에 따른 특별 교육이나 심리치료 이수를 거부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위반 횟수에 따라 금액을 차등 부과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횟수와 무관하게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피해 교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지원책도 구체화됐다. 상해나 폭행 등 중대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는 기존 5일의 특별 휴가에 더해 최대 5일의 휴가가 추가로 부여된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교권 침해 조치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교육부는 일부 시도교육청과 학부모의 우려, 교원단체 간의 이견을 고려해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민원 처리 방식은 교사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민원 접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모든 민원은 학교 대표전화와 온라인 소통 시스템인 ‘이어드림’으로 단일화된다. 이어드림은 상담 예약과 민원 이력 관리는 물론,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특이 민원을 관할 교육청으로 연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원 대응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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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단위의 보호 네트워크도 촘촘해진다. 교육지원청 단위까지 교육활동 보호센터 설치를 확대해 현재 55개소인 센터를 2026년까지 110여 개로 늘린다. 지원 범위 역시 기존의 소송비 지급 등 사후적 조치를 넘어 분쟁 조기 조정과 법률 지원 등 예방적 기능까지 포괄하도록 개편한다. 학교 내 안전한 민원 대응 환경 조성을 위해 2026년까지 민원 상담실 750실을 추가로 설치하고, 녹음 전화기 등 안전 장비를 확충한다.

이번 방안은 중앙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협력해 범정부 차원의 보호 체계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사가 마음껏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르침이 즐겁고 배움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교육활동 보호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시도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