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역사상 손꼽힐 대망신... 검찰은 어쩌다 이렇게 큰 사고를 쳤을까

2026-01-25 10:17

수백억 상당 비트코인 분실, 왜 벌어졌을까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광주지방검찰청이 압수물로 보관하던 수백억 원대 비트코인을 피싱 사기로 잃어버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검찰이 궁지에 몰렸다. 범죄 수익을 몰수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사이버 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압수물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압수물 정기 점검 과정에서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상당량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6, 7월쯤 유출됐지만 검찰은 6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체 조사에서 피싱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비트코인은 USB 형태의 물리적 전자지갑으로 보관돼 있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공개 장부에 기록되므로 전자지갑 자체에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이동시킬 수 있는 보안키가 담겨 있는 구조다.

검찰 설명대로라면 누군가 전자지갑을 컴퓨터에 연결한 채로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보안키가 탈취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기적으로 압수물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트코인 보유 현황을 점검하려다 가짜 사이트에 잘못 접속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쪽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피싱 사이트에 접속한 게 원인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검찰에서도 조직 역사에도 손꼽힐 만한 큰 망신이란 말이 나온다”고 위키트리에 전했다.

업무용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보안키를 빼내는 방식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여러 직원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압수물 특성상 보안키 유출 가능성이나 내부자에 의한 고의적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실된 비트코인은 2021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에서 압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찰은 태국에서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30대 여성 A씨 가족을 수사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하고 압수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하루 거래량 제한 때문에 여러 날에 걸쳐 압수가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가 보안키를 이용해 1476개를 빼돌렸다. 결국 수사팀은 320여 개만 확보하는 데 그쳤고, 이를 전자지갑에 담아 검찰로 인계했다.

비트코인을 빼돌린 범인으로 A씨 가족이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1476개는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재판부는 압수된 320.88개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이 판결은 지난 8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 직전 검찰이 압수물을 점검하다가 피싱 탈취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앞서 사라진 1400여 개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경찰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고, A씨에게 무고 혐의까지 추가 적용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이 확보한 320여 개마저 피싱으로 사라지면서 이 사건 범죄수익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320개는 약 422억 원 상당이다. 검찰이 관리하던 막대한 범죄 수익이 한순간에 증발한 셈이다.

다만 압수된 320개는 수사기관이 새로 만든 전자지갑으로 이미 이동시킨 상태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다시 탈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떤 경위로 분실이 발생했든 간에 보안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6개월 넘게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이버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피싱 범죄에 당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해당 비트코인 영치 담당자는 9급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은 현재 담당 직원의 과실 여부를 포함해 분실 경위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도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고 비트코인을 빠르게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단계에서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검찰은 피해 경위와 규모 등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 피싱 피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압수물의 구체적 사건 연관성이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에도 입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은 전국 검찰청 중에서도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