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슷한 배달 음식과 간편식에 질린 자취생들에게 ‘제대로 된 한 끼’는 늘 갈증의 대상이다. 특히 찬 바람이 불거나 기운이 없을 때 생각나는 뜨끈하고 걸쭉한 국물 요리는 집에서 해 먹기 엄두가 나지 않는 고난도 메뉴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민물고기를 푹 고아 만드는 어탕국수는 깊은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최고의 보양식이지만 생선을 손질하고 뼈를 걸러내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식당을 찾지 않고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단돈 몇천 원짜리 참치 한 캔만 있다면 우리 집 주방에서도 유명 맛집 못지않은 어탕국수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
어탕국수의 매력과 참치 캔의 놀라운 재해석
어탕국수는 주로 강가나 호숫가 근처에서 잡은 붕어, 잉어, 메기 같은 민물고기를 커다란 솥에 넣고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장시간 끓여낸 음식이다. 잘 고아진 생선 살을 체에 걸러내고 거기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칼칼한 국물을 만든 뒤 소면이나 수제비를 넣어 걸쭉하게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민물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들깨 가루와 깻잎 등을 듬뿍 넣어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땀이 쏙 빠질 정도로 든든한 보양식이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이를 직접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비법 재료가 바로 참치 캔이다. 참치는 이미 조리가 완료된 상태라 비린내가 적고 캔 속의 기름과 살코기 자체가 훌륭한 육수 베이스가 된다. 여기에 한국인의 소울 소스인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감칠맛을 폭발시켜 줄 치킨스톡과 멸치액젓을 더하면 놀랍게도 민물고기를 몇 시간 동안 고아낸 듯한 깊고 진한 맛이 재현된다. 생선을 직접 갈아 넣지 않아도 참치 살코기가 국물 속에 녹아들며 어탕국수 특유의 걸쭉하고 담백한 식감을 흉내 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패 없는 참치 어탕국수 조리 과정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작은 뚝배기다. 뚝배기는 온기를 오래 보존해 줄 뿐만 아니라 국물을 걸쭉하게 졸이는 데 최적의 도구다. 뚝배기에 참치 한 캔(100g)을 기름까지 모두 쏟아붓고 송송 썬 대파와 함께 볶아준다. 이때 참치 살을 일부러 으깨가며 볶는 것이 포인트다. 참치가 열을 받아 수분이 날아가고 살짝 퍽퍽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충분히 볶아주면 나중에 물을 부었을 때 국물에 참치의 고소한 풍미가 훨씬 진하게 우러난다.

다음으로는 국물의 간을 맞출 차례다. 물 2컵 반(약 450ml)을 붓고 멸치액젓 1스푼, 된장 반 스푼, 고추장 반 스푼, 다진 마늘 반 스푼을 넣어준다. 여기서 맛의 한 끗 차이를 만드는 비결은 바로 치킨스톡이다. 아주 적은 양인 1/4 스푼만 넣어줘도 국물의 무게감이 확 살아나며 전문적인 맛이 완성된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맛이 겉돌지 않도록 양념을 잘 풀어주며 잠시 더 끓여준다.
이제 어탕국수의 하이라이트인 소면과 밥을 넣을 단계다. 보통 어탕국수 맛집에 가면 국수만 먹기 아쉬워 밥을 말아 먹는데 집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밥 반 공기와 소면 반 인분을 함께 넣고 끓이는 것이 좋다. 면에서 나오는 전분기가 국물을 더욱 걸쭉하게 만들어 어탕죽과 국수의 중간 형태인 진득한 질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면이 익을 때까지 눌어붙지 않게 살살 저어가며 끓여주면 국물이 재료에 쏙 배어들어 깊은 맛을 낸다. 마지막으로 깻잎을 듬뿍 채 썰어 올리고 들깨 가루를 취향껏 뿌려 마무리한다. 깻잎의 향긋함과 들깨 가루의 묵직한 고소함이 더해지는 순간 참치 캔의 흔적은 사라지고 진짜 어탕국수의 향기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