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수치들이 쏟아졌다. 슈팅 32개, 크로스 61개, 점유율 75%의 압도적 우위였다. 하지만 전광판 스코어는 이 모든 숫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남자 축구대표팀이 10명으로 뛴 베트남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으며 대회를 4위로 마감했다. 이민성호는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참가할 예정이라 '베트남전 패배는 내리막길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많다.

한국은 24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과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6-7로 패배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지만, 베트남을 상대로 이 연령대에서 10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한 것이다.
조별리그 레바논, 우즈베키스탄전과 4강 한일전에 이어 이날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30분 베트남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진 한국은 후반 24분에야 김태원의 동점골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불과 2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재차 실점하며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후반 40분 베트남의 핵심 공격수 응우옌 딘 박이 퇴장당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는 듯했다. 한국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신민하가 높게 뜬 공중볼을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왼발 슈팅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장전에서도 한국은 일방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32개의 슈팅 중 골로 연결된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무려 61개의 크로스를 올렸지만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산술적으로 약 2분 35초당 한 번씩 슈팅을 날렸으나 결정력은 형편없었다.
승부차기는 더욱 처참했다. 한국은 7번째 키커 배현서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무릎을 꿇었다. 베트남의 1~6번 키커가 집요하게 골문 오른쪽을 노리는 동안 황재윤은 모두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마지막 키커가 방향을 바꾸자 황재윤은 또다시 반대로 뛰어들며 허를 찔렸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2020년 태국 대회 우승 이후 6년 만에 4강에 올랐지만 결국 자존심만 구겼다. 준결승에서 두 살 어린 일본에 0-1로 무기력하게 졌고, 3·4위전에서도 베트남에 밀리며 발전 없는 모습을 반복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불안했다. 대회 내내 반복된 선제 실점의 악순환이 베트남전에서도 이어졌다. 조별리그에서 레바논에 4-2 승리를 거뒀으나 2골을 헌납했고, 우즈베키스탄에는 0-2로 무득점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승점 4점(1승 1무 1패)으로 간신히 조 2위에 턱걸이하며 8강에 올랐다.
기량 문제를 넘어 전술적 무기력함도 심각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만 되풀이하며 스스로 고립되는 양상이 매 경기 반복됐다. 선수들의 부족한 기량을 커버할 만한 전술적 방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밀한 약속된 플레이 대신 외곽에서 크로스만 남발하는 빈약한 공격이 전부였다.
이민성 감독 부임 이후 성적은 처참하다. 연습 경기와 친선 경기, 이번 U-23 아시안컵을 통틀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2회), 중국, 우즈베키스탄, 일본, 베트남 등에 무려 7패를 기록했다. 대회 6경기 8득점 8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앞서 중국이 4강에서 베트남을 3-0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이번 패배는 일시적 부진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경쟁력을 상실한 현재의 경기력으로는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4연패는 물론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가 쏟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