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지역인재 채용제도 무력화...‘쪼개기 채용’으로 의무 비율을 피해

2026-01-23 16:16

- 채용 직군 세분화 뒤 지역인재 채용 비율 급감
- ‘5명 이하’ 예외 규정이 반복 적용된 채용 구조
- 감사원, 채용 운영 전반의 제도 취지 훼손 지적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에 본사를 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채 채용을 운영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 사진제공=위키트리DB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에 본사를 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채 채용을 운영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 사진제공=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에 본사를 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채 채용을 운영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감사원은 최근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HUG가 채용 제도의 예외 규정을 악용해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직렬 쪼개기’**다.

■ 1개 직군을 3개로 쪼개…지역인재 의무 회피 구조 만들어

HUG는 2020년까지 일반행정 1개 직군으로 운영하던 신입 채용을 경영·경제·법 등 3개 세부 직렬로 나눴다. 문제는 이후 채용 인원을 직렬별로 5명 이하로 설정하면서 발생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역 인재를 30% 이상 의무 채용해야 한다. 다만 시험 분야별 연간 채용 인원이 5명 이하일 경우에는 이 비율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감사원은 HUG가 이 예외 조항을 반복적·구조적으로 활용했다고 봤다.

■ 법·경제 직렬, 해마다 지역인재 30% 미달

실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법 직렬 5명 채용 → 지역 인재 1명(20%) 2022년 법 직렬 5명 채용 → 지역 인재 1명 2023년 하반기 법·경제 직렬 각 5명 채용 → 지역 인재 각 1명

경영 직렬에서는 비교적 많은 인원을 뽑았지만, 법·경제 직렬은 매번 ‘5명 이하’로 쪼개 채용하면서 지역 인재 의무 비율을 피해 갔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이 시험 분야를 인위적으로 세분화해 채용 인원을 분산할 경우, 지역 인재 채용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저하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결과 나올 수 없다”

지역 시민사회는 이를 편법을 넘어선 제도 훼손으로 규정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대 도한영 사무처장은 위키트리에 “지역 인재 채용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가 있었다면, 특정 직렬에서 해마다 30%를 못 채우는 상황이 반복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법의 빈틈을 이용해 의무를 회피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숙이 아니라 정책 철학의 부재”라며 “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정면으로 저버린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지역균형발전 외치면서, 채용은 ‘꼼수’

HUG는 부산 이전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상생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가장 직접적인 지역 기여 수단인 ‘지역 인재 채용’에서는 편법 논란에 휘말리며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HUG 측 사례가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정책을 현장에서 무너뜨린 주체가 다름 아닌 공공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편 HUG 측은 23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역인재 채용을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채용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라며 "HUG는 법령상 명시된 합리적 예외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23일 자 부산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