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단식 이슈는 다시 한번 이 수단의 의미를 드러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쌍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 농성을 이어가다, 22일 단식 종료를 선언했다. 농성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요청하자,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며 농성을 마무리했다. 단식은 짧았지만, 정치적 파장은 작지 않았다.

이처럼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정치인의 단식은 민주화 투쟁과 정책 반대, 정국 압박의 수단으로 반복돼 왔다. 기간과 성과는 제각각이었고, 평가 역시 극명하게 갈렸다. 기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단식이 얼마나 극단적 선택이었는지 수치로 드러난다.
우선, 가장 긴 단식 사례로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일간 단식한 심상정·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꼽힌다. 이 단식은 노동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끌어올렸지만, 당사자들의 건강 악화가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다음 기록으로는 2005년 쌀 개방 반대를 외치며 29일간 단식한 강기갑 통합진보당 전 대표(당시 민주노동당 의원)가 언급된다. 2007년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과정에서 현애자 민주노동당 전 의원이 27일 단식을 이어가며 주목받았다.

한미 FTA를 둘러싼 단식도 잇따랐다. 2007년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26일, 같은 해 천정배 전 의원은 25일간 단식하며 협정 반대를 주장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2014년 24일 단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례도 있다.
역대 대통령의 단식은 상징성이 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민주화 5개항과 가택연금 해제를 요구하며 23일 단식했고, 이는 이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노태우 정권을 상대로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13일 단식했고, 이후 지방자치제는 단계적으로 현실화됐다.
최근 사례로는 2023년 8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4일 단식이 있다. 당시 여권은 ‘출퇴근 단식’ 등의 표현으로 정치적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조단식이라는 방식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던 김영오 씨를 만류하기 위해 10일간 동조단식에 나섰고, 김 씨는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이후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 단식은 결과를 남긴 사례로 평가된다.
비교적 짧은 단식도 있다. 김성태 국민의힘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 9일간 단식했고, 이정현 국민의힘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7일 단식했다. 2025년에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를 이유로 5일 단식했으나 건강 악화로 병원 이송 뒤 중단됐다.
최단 기록으로는 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해주 선관위 위원 임명에 반대하며 벌인 약 5시간 30분 단식이 있다. 당시 ‘간헐적 단식’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정치적 퍼포먼스 논란이 뒤따랐다.
이처럼 정치인 단식은 기간과 결과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어떤 단식은 제도 변화를 이끌었고, 어떤 단식은 상징에 그쳤다. 장동혁 대표의 8일 단식 역시 이 긴 역사 속 한 사례로 기록되며, 정치적 메시지의 무게는 단식의 길이가 아니라 이후 정국의 흐름에서 평가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