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심’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주식인 쌀 소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우리 식탁의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반면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글로벌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5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3.9kg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9kg(3.4%) 줄어든 수치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2년 이후 가장 적은 기록이다. 1995년의 소비량(106.5kg)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 국민의 쌀 소비는 1984년(130.1kg)을 정점으로 41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감소 폭 3.4%는 2015년(-3.4%)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으며, 2022년(-0.4%), 2023년(-0.6%), 2024년(-1.1%)과 비교해도 하락 속도가 뚜렷하게 빨라졌다.
이 같은 감소세를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47.7g으로, 전년보다 5.2g 줄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약 100g, 시판 즉석밥 한 용기가 약 200~21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밥 한 공기 반 정도를 먹거나 즉석밥 하나를 다 소비하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 보리·밀가루·잡곡 등을 포함한 전체 양곡 소비량도 1인당 62.5kg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양곡 소비 역시 1981년(159.8kg) 이후 44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정 내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산업 현장에서의 쌀 소비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식료품·음료 제조업 등 사업체에서 원료로 사용한 쌀 소비량은 93만 2102톤으로, 전년 대비 6.7%(5만 8739톤)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90만 톤을 넘어선 기록이다. 음료 제조업의 쌀 사용량은 27만 3840톤으로 5.2% 감소했으나, 식료품 제조업은 65만 8262톤을 소비하며 12.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떡류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26만 3961톤으로 32.1% 급증하며 전체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과자류·코코아 제품 분야도 1만 4642톤으로 39.0% 늘어 쌀 기반 가공식품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는 냉동 김밥, 떡볶이, 쌀과자 등 쌀을 주원료로 한 제품들이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향후 쌀 소비 시장의 관건은 가구 내 직접 소비 감소를 가공용 수요가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식습관 변화로 주식으로서의 위상은 약해지고 있지만, 다양한 제품군으로의 확장을 통해 쌀의 활용 범위는 오히려 넓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