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순수 위탁 개발 생산(CDMO) 체제로의 전환을 마친 첫해에 연간 매출 4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원을 동시에 돌파하며 제조 경쟁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4공장의 가동률 상승과 기존 1~3공장의 완전 가동 체제가 맞물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공시를 통해 2025년 연간 매출 4조 5570억 원, 영업이익 2조 6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조 599억원, 영업이익은 7478억 원이 늘어난 수치로 30%를 상회하는 고성장세다. 4분기 실적만 떼어놓고 봐도 성장세는 뚜렷하다. 4분기 매출은 1조 28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고, 영업이익은 5283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했다.
실적 상승의 주된 요인은 생산 능력의 확대와 가동 효율화가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이 본격적인 램프업(생산량 증대) 구간에 진입하면서 매출 기여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1~3공장이 100% 가동률을 유지하며 현금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원화 환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적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공격적인 수주 활동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한 해에만 1조 원 규모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3건이나 성사시켰다. 이를 포함한 연간 누적 수주액은 6조 원을 넘어섰다. 창립 이후 현재까지 확보한 위탁생산(CMO) 계약은 107건, 위탁 개발(CDO) 계약은 164건에 달하며 누적 수주 총액은 212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검증된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된 결과다.
미래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과 인프라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배구조의 개편이다. 인적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CDMO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는 순수 CDMO 체제를 확립했다. 이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해 고객사와의 신뢰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생산 거점 확대 전략은 더 구체화됐다. 인천 송도에서는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고, 2공장에는 1000리터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배양기)를 추가 설치했다. 이로써 송도 내 1~5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78만 5000리터까지 늘어났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미국 록빌(Rockville)에 위치한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미국 내 첫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6만 리터 규모의 록빌 공장이 합류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총 생산능력은 84만 5000리터에 이르게 된다.

단순 생산을 넘어 연구개발(R&D) 영역으로의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삼성 오가노이드(Samsung Organoids)를 론칭하며 기존 CDMO 사업을 위탁 연구(CRO) 영역까지 넓혔다. 이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력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차세대 의약품 시장 선점을 위해 인천 송도에 제3 바이오 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고 2034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장기 플랜도 확정했다. 일본 도쿄에 영업사무소를 개소한 것 역시 아시아 지역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
재무 건전성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 총계는 11조 607억 원, 자본은 7조 4511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48.4%, 차입금 비율은 12.3%로 바이오 장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재무적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ESG 경영 성과도 가시화됐다. 영국 왕실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 헬스시스템 태스크포스에서 공급망 분야 의장직을 수행 중이며,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의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는 상위 10%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6년 매출이 전년 대비 15~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미국 록빌 공장 인수에 따른 실적 기여분이 반영되지 않은 보수적인 수치다. 회사 측은 인수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수정된 전망치를 시장에 공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