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선 중 하나인 ‘굴비’. 그중에서도 ‘영광굴비’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하나의 예술품이다.
◆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 이름에 담긴 결기
굴비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다. 고려 인종 때, 영광 법성포로 유배된 이자겸이 해풍에 말린 조기 맛에 반해 임금에게 진상하며 ‘굴비(屈比)’라 적어 올렸다고 한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비장한 의미다. 조기를 엮어 말리면 허리가 굽는 모양을 뜻하는 고어 ‘구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굴비에는 오랜 시간과 이야기가 축적되어 있다.
◆ 영광이라서 다르다… ‘17cm의 미학’
영광굴비가 특별한 이유는 까다로운 원칙 때문이다. 영광군은 머리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선명한 몸길이 17cm 이상의 국내산 참조기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명에 ‘소금(鹽)’이 들어간 영광 염산면의 미네랄 풍부한 천일염으로 1년 이상 간수를 뺀 뒤, 전통 방식인 ‘섶장법’으로 염장한다. 이후 칠산 앞바다의 하늬바람에 말리면,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폭발하는 명품 굴비가 탄생한다.
◆ 연 매출 2천억… 지역 경제의 심장
현재 영광굴비 산업은 연간 약 6,960톤을 생산하며 2,0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 경제의 핵심이다. 428개 업체가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2009년에는 ‘영광 굴비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 ‘지리적 표시제’와 ‘간편식’으로 미래를 낚다
영광굴비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굴비의 명성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지리적 표시제 등록’ 추진과 함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60억 원 규모의 ‘참조기 양식산업센터’ 건립을 준비 중이다. 또한 1인 가구를 겨냥한 고추장 굴비, 전자레인지용 굴비 등 가정간편식(H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영광굴비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