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77)가 21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내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에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15년보다 8년이나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한 전 총리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진관 재판장이 구속 전 의견을 묻자, 한 전 총리는 "겸허하게 따르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법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헌법 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로 단정했다. 재판부는 "외부 위협이 아닌 권력 내부로부터 촉발된 내란"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에 동조한 세력이 민주적 헌정질서를 직접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헌법 질서를 스스로 파괴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 "권력 핵심부에서 기획된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계엄군의 움직임에 맞서 국회를 사수한 시민들의 저항으로 내란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나마 성립시켜 내란 실행의 제도적 외관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국무총리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해 제동을 걸었다면 사태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계엄 국무회의에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토한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방안을 수용하고 실행을 사실상 용인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별 혐의 중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형법상 방조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법리적 한계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됐다. 반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관련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서류손상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2월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문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라고 증언한 부분에 대한 위증 혐의도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계엄 해제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혐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종합적이고 명시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형사책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상계엄 자체의 성격 규명이 선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다음 달 19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라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이 계엄 자체를 내란으로 전제한 이상 향후 재판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피고인은 행정부 2인자로서 내란을 저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계엄 전후의 행위로 범행에 가담했다"며 "헌법이 요구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 의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은 계엄 선포 이후에야 사태를 인지했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대통령을 직접 제어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국무위원들을 통해 결정을 되돌리려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며 "그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이날 선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