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비 부담, 전체 세대 평균의 '2배'… 소외된 1인 가구의 비명

2026-01-20 17:44

취업까지 2년, 월세로 빚더미...청년세대의 악순환

한국은행이 청년세대가 직면한 고용 한파와 주거난이 일시적인 고통을 넘어 생애 전반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암울한 진단이 담긴 보고서를 내놨다.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리고, 어렵게 취업해도 치솟는 월세 탓에 자산 축적은커녕 빚더미에 앉는 구조적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이재호 차장은 BOK 이슈노트: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소형주택 공급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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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문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취업한 청년세대가 첫 직장을 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2.7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부터 2013년 사이 취업한 세대의 18.7개월보다 4개월이나 늘어난 수치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17.9%에서 10.4%로 급락했다. 10명 중 9명은 졸업 후에도 백수 상태로 구직 활동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쉬었음 상태로 전환되는 인구도 늘고 있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 채용을 확대하면서 신입 사원이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처우 격차가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대기업 진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매몰되는 현상도 구직 장기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취업이 늦어질수록 그 타격이 생애 전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면 업무를 통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낙인효과(Scarring Effect)라 부른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청년기 미취업 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훗날 받는 실질 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때 5년 후 상용직(정규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으나,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이 확률은 56.2%로 뚝 떨어졌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평생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사회에 진출해 평생 고용 불안과 저소득에 시달린 잃어버린 세대(취업 빙하기 세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단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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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관문을 뚫더라도 주거비라는 또 다른 장벽이 청년들을 기다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형 주택 수요는 폭발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월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청년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은 2024년 기준 17.8%에 달해 음식 서비스 다음으로 지출이 컸다.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내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 비중도 청년층은 31.6%로 전체 연령 평균(15.8%)의 두 배에 달했다. 고시원 등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거처에 사는 청년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도한 주거비는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다. 월세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먹고사는 비용과 자기 계발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식료품비 지출은 0.45%포인트, 교육비 지출은 0.18%포인트 감소했다. 잘 먹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면 인적 자본 축적이 저해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자산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실제로 전체 연령대 자산 대비 청년층 자산 비율은 2010년대 초반 30%대에서 최근 20%대 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빚은 급증해 2024년 청년층의 부채 비율은 전체 연령대 대비 49.6%까지 치솟았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적 고립과 저출산 문제로 직결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공간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관계 단절이다. 취업 실패와 생활고가 겹치면서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청년기의 은둔이 중장년기의 고립으로 이어지는 8050 문제(80대 부모가 50대 은둔 자녀를 부양하는 현상)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차장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는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교육과 직업 훈련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 해법으로 꼽혔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은 당장의 부담은 덜어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빚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