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과 두부는 사계절 내내 구하기 쉬운 재료지만, 겨울철에는 특히 찌개로 끓였을 때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합이다.
보통 애호박 두부 찌개를 만들 때는 멸치나 다시마 육수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꼭 육수가 있어야만 깊은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료 자체의 풍미와 기름 선택만으로도 충분히 칼칼하고 깔끔한 찌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카놀라유다.
카놀라유는 향이 거의 없고 발연점이 높아 재료 본연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동시에 기름 특유의 둔한 느끼함이 적어 찌개에 사용했을 때 국물이 무겁지 않다. 애호박 두부 찌개에 카놀라유를 쓰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선명하게 살아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진다. 육수를 쓰지 않아도 국물 맛이 빈약하지 않은 이유다.

조리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냄비에 카놀라유를 먼저 두르고 중불에서 다진 마늘을 볶는다. 마늘이 노릇해지기 직전, 고춧가루를 넣어 살짝 볶아주면 기름에 매운 향이 배어든다. 이 단계에서 불을 너무 세게 하면 고춧가루가 탈 수 있으므로 불 조절이 중요하다. 카놀라유는 열에 강하지만 고춧가루는 그렇지 않다. 마늘 향과 고춧가루 색이 살아나는 순간 바로 다음 재료를 넣는 것이 좋다.
여기에 썰어둔 애호박을 넣어 기름에 한 번 코팅하듯 볶아준다. 애호박은 수분이 많은 채소라 기름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단맛이 올라온다. 이때 애호박을 오래 볶을 필요는 없다. 겉면이 살짝 투명해질 정도면 충분하다. 이후 물을 붓는데, 이 물이 곧 찌개의 국물이 된다. 별도의 육수가 필요 없다는 점이 이 찌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은 재료가 잠길 정도만 붓는다. 너무 많이 부으면 맛이 흐려지고, 너무 적으면 찌개 특유의 국물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물을 부은 뒤에는 고추장과 된장을 소량 함께 넣는다. 고추장만 넣으면 국물이 텁텁해질 수 있고, 된장만 넣으면 칼칼함이 부족하다. 두 가지를 함께 쓰되, 된장은 감칠맛을 더하는 보조 역할로만 사용한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두부는 너무 일찍 넣으면 쉽게 부서지므로 국물이 한 번 끓어오른 뒤 넣는 것이 좋다. 두부가 들어간 뒤에는 숟가락으로 크게 휘젓지 말고, 냄비를 살짝 흔들어 국물을 섞어준다. 이렇게 하면 두부 형태를 유지하면서 양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어 칼칼함을 더한다. 이 단계에서 간을 보고 부족하면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다. 이미 고추장과 된장이 들어갔기 때문에 간장을 추가하면 맛이 무거워질 수 있다. 카놀라유로 시작한 찌개는 끝까지 가볍고 또렷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찌개의 매력은 먹고 나서도 확실히 느껴진다. 육수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입안에 남는 잔향이 깔끔하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 기름을 사용했지만 느끼함이 없고, 매운맛은 혀에 오래 남지 않는다. 겨울철 찬 바람에 지친 날, 부담 없이 끓여 먹기 좋은 찌개다.
보관도 비교적 수월하다. 냉장 보관 시 하루 정도는 맛 변화가 크지 않으며, 다시 데울 때 물을 소량만 추가하면 처음 끓였을 때와 비슷한 상태로 돌아온다. 다만 두부가 들어간 찌개인 만큼 오래 보관하기보다는 그날 또는 다음 날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애호박 두부 찌개는 늘 육수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훨씬 자유로워진다. 카놀라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칼칼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냉장고 속 흔한 재료로, 번거로운 준비 없이 완성할 수 있는 찌개라는 점에서 겨울 식탁에 자주 올려도 부담이 없다. 익숙한 재료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뤄보는 것, 그 작은 차이가 집밥의 만족도를 크게 바꿔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