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고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는다.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을 맞은 20일 전국이 ‘냉동고’가 됐다.
대한은 '큰 추위'라는 뜻 그대로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를 뜻하는 절기다. 주로 양력 1월 20일경에 찾아오며, 이때의 태양 황경은 300도다. 입춘을 15일 앞두고 겨울의 마지막을 알리는 절기로,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다가올 혹한에 대비해 준비를 했다.
대한에 왜 추울까. 동지 이후 낮이 길어지지만 땅이 받는 태양열보다 방출하는 열이 여전히 많아 기온이 계속 내려간다. 태양 고도가 낮아 지표에 닿는 햇빛이 약하고, 긴 밤 동안 복사냉각이 오래 이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밀려오는 차가운 북서풍도 추위를 더한다. 
흥미롭게도 대한보다 소한을 맞은 날 더 춥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기온 자체는 대한이 낮지만 체감상으로는 소한 추위가 더 매섭다. 소한 무렵 갑작스럽게 추워지면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해 혹독하게 느끼지만, 대한에 이르면 이미 추위에 익숙해져 덜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낮이 가장 짧은 동지에서 소한까지는 보름 남짓이지만, 대한까지는 한 달 가까이 된다. 소한 때는 낮이 거의 길어지지 않아 냉기가 극심하지만, 대한에는 낮이 제법 길어져 냉기가 다소 완화된다. 24절기가 중국 북부 지방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점도 한국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옛 선조들도 이를 잘 알았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같은 속담들이 전해진다.
대한 절기를 맞은 이날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한 '서고동저' 기압 배치가 형성되며 찬 북풍이 거세게 불어왔다. 이날 아침 강원 양구 해안은 기온이 영하 21.2도까지 떨어지며 혹독한 추위를 기록했다.
강원 철원 마현은 영하 20.7도, 화천 간동은 영하 19.0도, 경기 포천 관인은 영하 18.0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서울은 영하 11.8도, 인천은 영하 12.8도, 대전은 영하 9.9도, 광주는 영하 5.8도, 대구는 영하 4.9도, 울산은 영하 4.0도, 부산은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상 최저기온 기록은 오전 8시 기준으로 이후 기온이 더 떨어지면 바뀔 수 있다.
적어도 주말까지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7도로, 한낮에도 영하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이 많을 전망이다.
21일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도에서 영하 4도로 이날보다 더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3도에 머물겠다.
강풍은 추위를 부추기는 한편, 건조특보가 내려진 부산·울산과 대구·경북동해안을 중심으로 대기가 건조한 백두대간 동쪽의 화재 위험성을 높이겠다.
충남서해안과 전북서해안에 이날 오전, 경상해안에 오후, 전남해안에 밤, 제주(남부해안 제외)에 당분간 순간풍속 시속 70㎞ 이상의 강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지역도 순간풍속이 시속 55㎞ 안팎에 달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겠다.
강원남부동해안과 경북동해안엔 이날 오전에 1㎝ 미만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또 이날 늦은 밤부터 충남서해안·전라서해안·제주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겠고 이후 21~22일 전북남부서해안·전남서해안·제주중산간·제주산지·울릉도·독도에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많은 눈이 쏟아지겠다.
21, 22일 예상 적설은 울릉도와 독도 10~30㎝, 제주산지 5~15㎝(많은 곳 20㎝ 이상), 제주중산간 5~10㎝, 전북남부서해안과 전남서해안 3~10㎝, 제주해안 3~8㎝, 광주·전남중부내륙·전북북부서해안·전북남부내륙 1~5㎝, 서해5도 1~3㎝, 충남남부서해안 1㎝ 안팎이다.
동해안에 당분간 너울이 유입돼 물결이 방파제나 갯바위를 넘어 들이치기도 하겠다.
전 해상에 풍랑특보가 내려진 상황으로 항해나 조업 시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