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시 마감은 옛말… 뉴욕증권거래소, 블록체인 입고 '24시간' 돌아간다

2026-01-20 11:17

NYSE, 24시간 주식 거래 시대 개막...블록체인으로 즉시 결제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365일 24시간 거래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즉시 결제까지 완료하는 신규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을 공식화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뉴욕증권거래소가 전통적인 거래 방식을 넘어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의 확장을 선언했다.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이번 플랫폼 개발이 단순한 시스템 개선을 넘어선 디지털 전략의 핵심 축임을 분명히 했다. 새롭게 구축되는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된 증권(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의 매매와 결제, 수탁(보관)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거래 시간의 파괴다. 정해진 개장 및 폐장 시간 없이 24시간 내내 주식 시장이 돌아가게 된다. 투자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말이나 공휴일 리스크에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거래 단위의 유연성도 확보했다.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소수점 거래(Fractional share trading)를 지원해 투자자가 원하는 달러 금액만큼 주식을 쪼개 살 수 있다. 주당 가격이 높은 우량주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결제 시스템 역시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매매 체결 후 실제 주식과 대금이 오가기까지 통상 2일이 걸리던 기존 시스템(T+2)과 달리, 토큰화된 자본을 활용해 즉시 결제(Instant settlement)가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시스템에 포함됐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병행된다. NYSE는 자체 보유한 고성능 매칭 엔진인 필라(Pillar)에 블록체인 기반의 후선 업무(Post-trade) 시스템을 결합했다. 이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결제와 수탁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호환성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완료되면 이 플랫폼은 기존에 발행된 주식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토큰 증권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로 발행된 증권까지 모두 취급하게 된다. 토큰화된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도 기존 주주와 동일하게 배당금을 받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는 완벽하게 보장된다.

NYSE는 이번 플랫폼이 기존 시장 구조의 원칙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강조했다. 자격을 갖춘 모든 브로커-딜러(중개업자)에게 차별 없는 접근 권한을 부여해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린 마틴 NYSE 그룹 사장은 이번 시도가 지난 2세기 동안 시장 운영 방식을 혁신해 온 거래소 역사의 연장선에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규제 표준을 준수하면서도 신뢰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완전한 온체인(On-chain, 블록체인 위에서 모든 거래가 기록되는 방식) 솔루션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ICE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ICE는 청산소 인프라가 24시간 거래와 토큰화된 담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특히 은행 영업 시간이 끝난 후에도 자금을 이동하고 관리해야 하는 청산 회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BNY(뱅크오브뉴욕멜론), 씨티(Citi)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과 협력 중이다. 이들 은행과 연계하여 ICE 청산소 전반에서 토큰화된 예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이 멈추는 야간이나 휴일에도 증거금 의무를 이행하고 다양한 시간대의 자금 요건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마이클 블라우그룬드 ICE 전략 부문 부사장은 토큰화된 증권을 지원하는 것이 거래와 결제, 수탁, 자본 형성의 전 과정을 온체인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ICE 전략의 결정적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장을 진화시켜 온 ICE는 25년 이상 쌓아온 시장 혁신 노하우를 이번 플랫폼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청산소와 신용부도스와프(CDS) 청산소를 운영하며 쌓은 리스크 관리 역량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NYSE의 이번 행보는 전통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히 실험적인 도구가 아니라 실제 금융 인프라의 핵심 동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규제 당국의 승인 여부가 남은 관건이지만, 승인이 이루어진다면 월스트리트의 자본 흐름은 멈추지 않는 24시간 체제로 완전히 재편될 전망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