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여름철 제초제로 활약하던 ‘왕우렁이’가 겨울을 나면 어린 모를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돌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도군이 팔을 걷어붙였다.
◆ ‘제초 일꾼’이 ‘벼 도둑’으로… 기후변화의 역설
왕우렁이는 친환경 농법의 일등 공신이지만, 최근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폐사하지 않고 월동하는 개체가 늘어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을 난 왕우렁이는 이듬해 봄 이앙 직후 연한 모를 무차별적으로 갉아먹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에 진도군은 물리적 방제 수단인 ‘논 깊이갈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 땅속 뒤집어 ‘냉동 건조’… 확실한 방제 효과
지난 14일 군내면 녹진리 일원에서 열린 시연회에서는 대형 트랙터가 꽁꽁 언 땅을 깊숙이 갈아엎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논 깊이갈이의 핵심 원리는 땅속에 숨어 있는 왕우렁이를 지표면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밖으로 노출된 우렁이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어 죽거나 건조되어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전문가들은 깊이갈이만 제대로 해도 월동 개체 밀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 해충 잡고 ‘땅심’ 올리고… 일석이조 효과
깊이갈이는 단순히 우렁이만 잡는 것이 아니다. 딱딱하게 굳은 토양을 뒤집어 줌으로써 통기성과 배수성을 높여 벼 뿌리의 활착을 돕는 ‘토양 개량’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병해충 발생 빈도도 낮아져 고품질 쌀생산의 기초를 다지는 필수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 관행 농가까지 확대… “지금이 방제 적기”
진도군은 이번 시연회를 기점으로 친환경 단지뿐만 아니라 일반 관행 농가들에게도 깊이갈이 실천을 강력히 권장할 계획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봄철에 더 큰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며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