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가 빚어낸 ‘초록빛 융단’~장흥군 매생이 양식장 ‘출사(出寫) 열기’ 후끈

2026-01-20 01:53

삭막한 겨울 풍경 속 피어난 ‘에메랄드빛 생명력’… 전국 사진가들 홀렸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장흥군 남단, 겨울바람이 매서운 대덕읍 앞바다가 때아닌 ‘출사(出寫)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덕 웅암마을 매생이 양식장
대덕 웅암마을 매생이 양식장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겨울 풍경 속에서, 유독 선명한 초록빛을 뽐내는 매생이 양식장이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는 ‘성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주말에만 1천 명 ‘북적’… 조용한 어촌의 반란

고요하던 대덕읍 옹암마을이 요즘 낯선 이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200여 명, 주말이면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이곳을 찾는다. 실제로 지난 주말(17~18일)에는 무려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마을 진입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겨울철이면 인적이 드물었던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 매생이 수확철을 맞아 전국구 관광 명소 못지않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 이래 카메라 든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인 것 같다”며 놀라워하면서도, 마을에 찾아온 활력을 반기는 분위기다.

◆ ‘노동의 땀’과 ‘바다의 색’이 빚은 절경

이들이 옹암마을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색감과 서정적인 풍경 때문이다. 잔잔한 바다 위에 끝도 없이 펼쳐진 대나무발, 그 아래 넘실거리는 검푸르고 초록빛 도는 매생이,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수확 작업에 몰두하는 어민들의 작은 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연출한다.

특히 해가 뜨는 새벽녘이나 노을이 지는 해질 무렵, 햇살에 반사된 윤기 흐르는 매생이의 질감은 사진작가들이 놓칠 수 없는 ‘결정적 순간’을 선사한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만 볼 수 있는 한정판 풍경이라는 점도 발길을 재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뷰파인더 너머로 전해지는 ‘마을의 정(情)’

이곳을 찾는 사진 동호인들은 풍경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인심에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 사진작가는 “겨울철에는 마땅히 찍을 피사체가 없어 고민인데, 장흥 매생이밭은 색감이 강렬해 최고의 소재”라며 “무엇보다 외지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옹암마을 주민들의 정 때문에 매년 겨울이면 습관처럼 이곳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작업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워하는 작가들에게 건네는 주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름다운 풍경에 더해져 이곳을 ‘다시 오고 싶은 출사지’로 만들고 있다.

◆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맛보는 ‘장흥의 겨울’

대덕읍은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단순한 사진 촬영객이 아닌, 잠재적인 관광 자원으로 보고 편의 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송병석 대덕읍장은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인 매생이는 철분과 칼슘 등 미네랄의 보고이자 장흥의 겨울을 대표하는 맛”이라며 “많은 분이 오셔서 눈으로는 절경을 담고, 입으로는 건강을 담아가실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겨울 바다 위 펼쳐진 초록 물결이 사진 예술을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