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별세한 국민배우 안성기의 아내 오소영(67) 씨가 남편을 떠나보낸 뒤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오 씨는 19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남편을 보내고 나니 정신이 없어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분들이 계속 떠올랐다”며 “많은 분들이 마지막 길을 끝까지 배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배우들이 남편과의 추억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줘 큰 위로를 받았다”며 “신영균 회장님, 김동호 전 위원장님 등 원로 분들께서도 후배를 먼저 보내는 힘든 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남편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인사드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심경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5년 안성기와 결혼한 그는 40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배우 안성기의 활동을 묵묵히 뒷받침해왔다. 장례를 치른 뒤 지친 상태로 목소리가 쉬고 갈라진 상황에서도 오씨는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오씨는 남편이 쓰러졌던 지난해 12월 30일을 떠올리며 “그날도 여느 때처럼 평온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안성기에게 간식을 건네며 “이거 드세요”라고 한 말이 42년을 함께한 남편에게 전한 마지막 말이 됐다. 이후 119가 출동해 응급조치가 이뤄졌지만, 오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남편은 관에 안치된 상태였다.
그는 남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동안 정말 더없이 사랑했고, 좋은 남편이자 두 아들의 좋은 아빠가 되어줘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추모 미사가 열린 명동성당은 두 사람이 1985년 5월 결혼식을 올린 장소이기도 하다. 오씨는 “미사 동안 결혼식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부부의 연을 맺은 곳에서 부부로서의 이별도 허락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화여대 조소과 4학년이던 오씨는 서울 태릉에서 롤러브레이드를 타다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이던 신승수 감독의 제안을 받아 CF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이후 병문안을 계기로 처음 만난 안성기에 대해 오씨는 “착해 보이고 입술이 예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안성기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던 오씨는 그를 ‘노총각’으로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안성기는 신 감독에게 부탁해 만남을 성사시켰고, 두 사람은 용인자연농원과 헨리 무어 조각전 등을 함께 다니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오씨는 “그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됐다”고 말했다.
안성기가 1985년 영화 ‘깊고 푸른 밤’ 촬영으로 미국에 체류하던 시기는 두 사람에게 시험대였다. 몇 달간의 이별 동안 안성기는 틈날 때마다 손편지를 보내며 마음을 전했다. 1984년 성탄절 새벽에 보낸 편지에는 장난스럽고 애정 어린 문장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결혼 후 오씨는 소속사가 없던 안성기의 매니저이자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 의상 준비와 운전까지 도맡았다. 그는 “남편이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상을 받을수록 힘들다는 생각보다 기쁨이 더 컸다”며 “집에서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40년 넘게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미술가로 활동 중인 장남 안다빈씨는 지난 17일 출국했다. 오씨는 “두 아들 역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평생 노력한 남편의 뜻에 따라 아이들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