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이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롭게 편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용인시 수지구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이 해당 지역의 입지적 가치를 부각시키며 이른바 ‘낙수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15 대책의 영향이 시장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누적 4.25%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로, 대표적인 선호 지역인 성남시 분당구(4.16%)를 웃도는 수치다. 서울 주요 자치구인 송파구(3.63%), 동작구(3.42%), 성동구(3.33%)는 물론 경기 과천시(3.44%)와 광명시(3.29%)와 비교해도 수지구의 상승 폭은 두드러진다.
수지구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 0.51%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 국면이었던 2021년 2월 첫째 주(0.56%)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현장의 신고가 거래에서도 확인된다.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면적 84㎡(17층)는 지난해 12월 15억 75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풍덕천동 ‘e편한세상수지’ 전용 84㎡(29층) 역시 이달 14억 7500만 원에 팔리며 15억 원대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수지구 강세의 배경으로 우수한 정주 여건 대비 상대적 저평가 인식을 꼽는다. 수지구는 신분당선 개통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경부 라인’의 핵심 입지로 평가받는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비롯해 경기 남부권 대규모 반도체 사업장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한 직주근접성도 강점이다. 여기에 잘 형성된 학원가와 교육 환경 역시 주택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10·15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의 차등 적용이 수지구로의 수요 쏠림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지역에서 1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설정한 반면,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수지구 주요 아파트 가격이 전용 84㎡ 기준 15억 원 안팎에 형성돼 있어, 이미 가격대가 크게 오른 분당이나 서울 주요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가성비 지역’으로 부각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편입에 따른 거래 위축은 불가피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세를 낀 주택 매입,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물은 이달 18일 기준 298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15일(5639건)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매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호가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대형 호재로 꼽힌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은 환경단체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사업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 논란으로 주춤했던 산단 조성 사업은 다시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화될 경우 유입될 고소득 전문 인력의 배후 주거지로서 수지구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