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 답방, 하루 전 무산…삼성·고척돔 일정까지 다 짰는데”

2026-01-18 17:24

경향신문, 윤건영 의원 책 ‘판문점 프로젝트’ 입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북한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북한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 뉴스1

2018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측은 삼성전자·고척돔 방문 등이 포함된 1박2일 일정을 제시했으나, 북측이 노동당 지도부의 반발과 신변 안전 우려를 내세워 최종 거부했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판문점 프로젝트'에 따르면 남북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비공개 실무접촉을 이어가며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당시 접촉을 비롯한 남북 대화 곳곳에 깊숙이 관여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윤 의원이 포함된 남측 특사단은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만나 서울 답방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못 갈 이유가 없다”며 “꼭 가는 것으로 하자”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남북의 비공개 실무접촉은 그해 11월부터 본격 진행됐다. 남측 준비단 내부에서 김 위원장 답방 준비는 ‘북한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0일 북한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0일 북한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당시 김 위원장의 숙소는 경호 적합성을 고려해 남산 자락의 반얀트리 호텔로 정했다. 과거 대북 사업을 주도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호텔을 소유하고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예술단 공연을 참관할 공연장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예약이 가능한 고척돔으로, 산업시설 방문지는 삼성전자 공장(경기 수원·용인시, 충남 천안시 소재 중 한 곳)으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공장은 앞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등에서 높게 평가한 KTX로 이동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북측은 제주 방문이 포함된 남측의 2박3일 일정 제안에 대해 연말 일정이 복잡하다며 제주를 제외한 1박2일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해 12월 10~15일 중 답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남측은 12월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정리해 북측에 최종 전달했다.

첫날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과 1차 정상회담 등을 진행하고, 둘째 날은 2차 정상회담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소재 한식당 오찬, 삼성전자 공장 방문, 서울 남산타워에서 환송 만찬, 고척돔에서 예술단 공연 관람을 계획했다.

남북은 그해 11월 26일 답방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측은 발표 전날 최종 협의 자리에서 답방 무산을 선언했다. 이틀 전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들이 ‘도로를 막겠다’,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전례 없이 결사반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동당 정치국은 북한의 최고 정책 결정 기관이다.

북측은 또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보장도 거론했다. 남측은 신변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설득했으나 최룡해 당시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측 관계자에게 “지금 회담 상황을 보고 있는데 남측 주장을 못 믿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남측은 신변 안전을 약속한다는 문 대통령 친서를 보냈으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