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부터 수위를 끌어올린 전개라면, 보통은 ‘초반 화제성’이 시청률로도 어느 정도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베드신까지 포함한 고자극 전개로 출발한 신작이 정작 성적표에서는 1%대에 머물렀다. 자극 포인트는 선명했지만, 숫자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 셈이다.

정체는 지난 17일 첫 방송된 채널A 토일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극본 소해원/연출 김진성/기획 채널A/제작 미디어그룹 테이크투, 스튜디오 PIC)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진혁 주연의 채널A ‘아기가 생겼어요’ 1회 시청률은 1.0%(전국 기준)에 그쳤다.
같은 날 박신혜 주연 tvN 주말극 ‘언터커버 미쓰홍’ 1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3.5%로 출발했다. 첫 방송 성적에서 이미 격차가 확인된 만큼, ‘아기가 생겼어요’가 2회부터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기가 생겼어요’는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던 비혼주의자 두 남녀가 하룻밤 일탈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역주행’ 로맨틱 코미디다. 일반적인 로코가 ‘연애-결혼-아이’의 순서를 밟는다면, 이 작품은 결론을 앞당긴 설정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 김진성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보통은 사귀면서 결혼, 아이로 결론을 맺는데 이 작품은 결론부터 시작하는 느낌이 매력적이었다”며 “역주행 로맨틱 코미디란 점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방영 전부터 주목받은 지점은 배우 조합이었다. 믿고 보는 최진혁과 오연서가 하룻밤 일탈에서 시작하는 ‘역주행 로맨스’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밀어붙일지 기대를 모았고, 1회는 그 기대에 맞춰 속도와 자극을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1회부터 최진혁과 오연서의 농도 짙은 베드신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로맨스 케미의 출발선을 과감하게 잡았다. “시청자의 도파민을 끌어올릴 흥행 복병”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1회는 두준(최진혁 분)과 희원(오연서 분)의 악연 같은 첫 만남으로 시작했다. 친구 미란(김다솜 분)의 부탁으로 VIP 초청 파티 대타를 뛰게 된 희원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은 뒤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라고 결심한 인물이다. 결혼을 위태롭고 비참하며 끔찍한 기억으로 받아들이는 설정이 ‘비혼주의’ 서사의 출발점이 된다.
두준 역시 결혼과 거리를 둔 인물로 등장한다. 태한그룹 둘째인 그는 조카 사진을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내세워 접근하는 여성들을 거절했고, “일하는 시간도 부족해 잘 시간도 쪼개 쓰는 이 마당에 그런 비효율적인 일에 투자를 왜 해”라고 말할 만큼 결혼에 냉소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죽은 형 대신 남은 가족과 회사를 위해 살기로 하며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다.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이유가 다른 두 인물이 부딪히며 첫 회의 추진력을 만든다.

파티장 소동도 초반 긴장감을 키웠다. 희원이 직장 상사 방팀장(정수영 분)을 피해 도망치다 두준에게 남자 친구 대타를 부탁하고, “자기야~”라며 볼을 꼬집는가 하면 넘어지며 와인까지 쏟는 장면이 이어지며 두준이 폭발한다. 이후 두 사람은 또다시 마주치며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된다. 아버지 찬길(손병호 분)의 명령으로 태한주류 사장직에 발령받은 두준이 행사장을 찾고, 희원이 맥주 거품이 2/3인 잔을 지적하며 대화를 트는 과정에서 ‘맥주에 인생을 바친’ 희원의 캐릭터도 빠르게 각인된다.
결정적으로 1회는 ‘쾌속 전개’에 방점을 찍었다. 둘만의 시간을 갖는 과정에서 감정의 불씨가 커지고, 결국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흐름까지 단숨에 이어졌다. 다음날 희원이 백만 원짜리 수표를 남겨 둔 채 사라지고, 두준이 사라진 희원을 떠올리며 궁금해하는 장면은 로코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극대화한 장치다. 이어 희원이 컨디션 난조로 약국을 찾았다가 ‘임신’이라는 소식을 접하며, 작품이 내세운 ‘역주행’ 설정이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말미에는 산부인과에서의 재회가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희원은 두준을 후배 세현(장여빈 분)의 남자 친구로 착각해 멱살을 잡고, 두준이 세현의 삼촌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는 동시에 희원의 임신 사실이 공개적으로 밝혀지며 반전을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그 여자, 그토록 찾던 그 여자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두준의 내레이션과 함께 ‘아기가 생겼어요’ 첫 회는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시청률 1.0%는 분명한 과제다. 첫 방송에서 화제성을 자극으로 끌어올렸다면, 다음 단계는 시청층을 고정시키는 ‘서사 설득력’이다. 임신이라는 사건이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를 촘촘히 밀어붙이는 동력으로 작동해야 반등 여지가 커진다. 2회부터 전개 속도에 걸맞은 감정의 설득이 더해질 때, ‘아기가 생겼어요’의 강점인 ‘결론부터 시작하는 로코’가 숫자로도 체감될 수 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남주 여주 케미는 역대급인 듯”, “전개도 빠르고 너무 재밌는데요”, “두 주연 배우 너무 잘 어울려요” 등 반응을 보였다. 호평이 실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채널A 토일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는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아기가 생겼어요’ 2회는 오늘(18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첫 회의 파격적인 출발이 입소문을 타고 1.0%에서 반등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다음 회차에 시선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