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0원 선 넘보는 고환율…쏟아지는 환율 대책에도 시장 불안 확산

2026-01-18 15:08

환율 1480원 진입 시 수익성 악화 불가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잇따라 내놓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은 다시 1480원선 진입을 위협하고 있으며, 시장 안팎에서는 환율 안정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단기적인 시장 개입과 규제 조정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변동의 구조적 배경을 고려한 중장기적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73.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연말 개입 이후 143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재차 오름세를 보이며 1480원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원화 약세를 의식한 듯한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왔지만, 환율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와 주요국의 메시지에도 시장의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 급등세에 대응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왔다.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마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며 원화 약세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말에는 종가 관리 차원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 환율 상승폭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외환 수급 점검 강화, 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가동,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 등도 잇달아 발표됐다. 고도화된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감독 부담을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 금융기관의 외화 공급을 유도했고,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조정해 외화 유입 확대에 나섰다.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에 대해서는 선물환 포지션 비율 규제를 완화했고, 수출기업에는 원화 용도 외화 대출 허용 범위를 넓혔다. 다음 달부터는 해외 주식 매각 시 양도세 감면, 개인 환헤지 관련 세제 지원, 해외 자회사 배당금 환류에 대한 세제 혜택도 시행될 예정이다. 외화 수요를 완화하고 외화 자금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환위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뉴 프레임워크’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환율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기관의 외화 거래와 자본 이동을 직접 관리·조정하는 거시건전성 조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구두 개입도 이어졌다. 고위 당국자들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놓으며 시장에 경계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환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환율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등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환율 상승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구조다.

기업의 수입 원가 부담도 가중된다. 제조업과 건설업, 운송·물류업 등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 역시 해외여행 비용, 유학과 해외 송금, 수입 소비재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체감 부담이 확대된다.

정부는 아직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책은 준비 단계이거나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 조치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기보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작동하는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준비된 대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의 외화 거래와 자본 이동을 직접 관리·조정하는 거시건전성 조치도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 외화 대출과 외화 파생상품, 단기 외화 차입 등에 대해 보다 강한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신호다.

다만 단기 처방 위주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환율 불안의 구조적 배경에는 성장 둔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 대외 신뢰도 저하 등 복합적인 요인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경쟁력과 대외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 대응이 병행돼야 환율 안정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