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백상 3회 수상' 주연…개봉도 안 했는데 지금 해외서 난리 난 '한국 영화'

2026-01-17 13:51

제주 4.3의 트라우마, 77년의 침묵을 깨다
정지영 감독의 거장정신, 베를린 무대에 오르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자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내 이름은'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가 해외 영화제 초청되는 것은 올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내 이름은'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내 이름은'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지난 16일 배급사 와이드릴리즈와 제작사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에 따르면 '내 이름은'이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선정됐다. 영화제는 22일까지 열흘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상업성보다 예술성과 메시지에 방점을 둔 영화들이 주로 초청받는다. 지난 2024년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같은 섹션에서 세계 관객을 만난 바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영화제 측은 '내 이름은'에 대해 특별한 평가를 내놨다. 영화제 관계자는 "비극적인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며, 오랜 침묵을 깨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정교하게 구축된 서사를 통해 강력한 감정적 울림을 전하는 작품으로 그간 의미 있는 한국 영화를 꾸준히 소개해 온 포럼 부문에서 이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게 됨을 뜻깊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내 이름은'은 '정순'과 '영옥'이라는 이름을 고리로 1948년 제주 4.3의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그린 세대를 아우르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소년과 그 이름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어멍이 있다. 영화는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 그날의 약속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영화는 980년대 민주화 과정의 격랑을 거쳐 1998년에 진실이 드러나고, 2025년 오늘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염혜란은 아들을 홀로 키우며 잃어버린 기억 속 진실을 마주하는 어멍 역을 맡았다. 어멍은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우빈이 18세 소년 영옥 역으로 출연한다.

'내 이름은'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내 이름은'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정지영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그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소년들' 등으로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통찰해온 거장이다.

염혜란 역시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백상예술대상에서는 2021년('경이로운 소문'), 2024년('마스크걸'), 2025년('폭싹 속았수다')로 여우조연상을 3회 수상했다.

제작 과정도 특별하다. '내 이름은'은 기획 단계부터 제주4.3 평화재단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제주 도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자발적 후원으로 제작됐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들이 직접 제작비를 후원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작품의 진정성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제작진은 베를린 초청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초청을 통해 작품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정지영 감독의 작품성과 베를린의 선택, 그리고 제주 도민의 진심이 모여 완성된 '믿고 보는'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3편이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 '그녀가 돌아온 날'이 파노라마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은 7년 연속 베를린 초청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유재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우러 가는 길'은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과 배우상을 동시에 받았다.

제너레이션 부문은 아동·청소년의 삶과 성장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김보라 감독의 '벌새',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거쳐 간 곳이다.

'내 이름은'은 베를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오는 4월 국내 개봉한다. 제주 4.3 사건 77주년을 맞는 시기에 맞춰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유튜브, MBCPLAYGROUND

77주년을 맞는 4.3의 제대로 된 이름을 찾는 여정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