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을 담뱃불로... 이란 발칵 뒤집은 34초짜리 영상

2026-01-17 09:03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른 영상

모르티시아 애덤스(가명)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워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엑스(X)
모르티시아 애덤스(가명)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워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엑스(X)

34초짜리 불꽃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아파트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여성은 라이터로 한 남성 사진에 불을 붙였고, 그 불꽃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뒤 타오르는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짧은 장면이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지난 1월 7일 엑스(X)에 게재된 이 영상의 주인공은 모르티시아 애덤스라는 가명을 쓰는 23세 이란 난민 엘리아다. 그는 온타리오주 리치먼드힐에 거주하며 자신을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소개한다. 영상 속에서 불타는 남성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었다.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결과 영상은 토론토 북부 리치먼드힐에서 촬영됐다. 여성의 남자친구가 촬영했다. 남자친구 역시 이란 주요 민족인 페르시아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게재 후 엑스에서만 14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과 레딧 등 다른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영상은 처음에는 이란 내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오인됐다. "이란에서 온 이 이미지는 매우 강력하다"는 문구와 함께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이 여성이 이란 현지에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배경을 분석한 일부 누리꾼이 캐나다로 추정되는 장소를 지적했고, 여성은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촬영했음을 확인했다.

애덤스는 국제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실명 공개를 거부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곳에도 많은 스파이와 이슬람공화국 지지자가 있다"고 그는 리치먼드힐에서 내셔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그의 실명이 엘리아라는 점이 밝혀졌다. 엑스 계정명 모르티시아 애덤스는 미국 드라마 '애덤스 패밀리'의 캐릭터에서 따왔다. 애덤스는 으스스한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디 옵젝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그의 계정에는 '52Hz'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는 다큐멘터리 '가장 외로운 고래'에 등장하는 고래의 별명으로 자신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애덤스는 이란에서 자라면서 10대 시절부터 정권과 충돌했다. 2019년 '피의 11월'로 불리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17세에 처음 체포됐다. 경찰에 연행돼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CNN-뉴스18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22년 히잡 의무 착용에 반대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부터는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로 협박을 받기 시작했다. 2024년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뒤 자신의 의견을 공유했다가 이스파한에 있는 부모 집에서 체포됐다. 애덤스는 "심문을 받았고 심각한 모욕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심문 끝에 고액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지만, 석방 이유는 설명받지 못했다. 곧바로 터키로 탈출했고, 학생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건너왔다. 현재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상태다.

애덤스는 "캐나다는 나의 구원자이자 영웅이다. 이슬람 정권으로부터 나를 구해줬다"고 내셔널포스트에 말했다.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어서 나중에도 캐나다에 살 것 같다"고 했다.

영상 촬영은 이란 정권이 거의 전면적인 인터넷 차단을 시행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에 이뤄졌다. "그냥 친구들에게 내 마음과 영혼이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그는 CNN-뉴스18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며칠 전 엑스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봤고 자신의 버전을 게시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디 옵젝티브에 말했다.

영상이 확산하자 전 세계에서 모방 행동이 나타났다. 이스라엘, 독일,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이란 정권 반대자들이 하메네이 사진을 태워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지난 1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시위자가 하메네이 포스터를 태워 담배에 불을 붙였고, 14일엔 독일 베를린과 이스라엘 홀론에서도 같은 행동이 포착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도 여성이 하메네이 초상화를 태우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포스터를 공유했다. 롤링은 "인권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란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없다면, 당신은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적의 적이 저지르는 한 사람들이 억압받고 잔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유럽 기반 매체 넥스타TV는 "이것은 충격을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수십 년간 여성의 몸, 옷, 행동, 삶을 통제해온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을 표현하는 정치적 제스처다"라고 논평했다.

34초 분량의 영상에서 애덤스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금된 후 사망하면서 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 시위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저항의 표시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불태우는 행위는 이란에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그의 곱슬머리는 자유롭게 흘러내렸는데, 이 역시 이란 정부 시각에서는 위반 행위다. 불꽃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위 또한 이란에서 여성에게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ㅇ부 시위가 진행 중이다. 2024년 12월 이란 통화 리알화의 대미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시작된 시위가 1989년부터 이란을 이끌어온 하메네이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로 확대됐다. 이스파한에서 “하메네이는 살인자, 그의 통치는 불법"이라는 구호와 함께 왕정주의 슬로건이 등장했다. 마슈하드에서는 "이것이 마지막 전투, 팔라비가 돌아올 것"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타브리즈에서는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고,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고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란 국영 매체는 당국이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이들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접시를 찾아내 체포하고 있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스타링크는 현재 이란에서 영상과 이미지를 외부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미국 기반 인권 단체는 1월 13일 시위대 2403명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수백 명에 대한 추가 보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애덤스는 현재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가족 구성원 모두 여전히 이란에 있는데, 며칠째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