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물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영화인 공포물. 누구나 추천할 순 있지만 영화를 업으로 삼아온 전문가가 자신의 내면을 파고든 '살 떨리는 공포'를 기준으로 엄선한 목록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대중적 완성도나 장르적 재미를 넘어 오로지 주관적인 무서움만을 기준으로 인생 최고의 공포 영화 5편을 소개한 바 있다. 영상의 제목은 '이동진이 무서워서 영화관 뛰쳐나갈 뻔한 공포 영화 베스트 5'.
이 평론가는 선정 과정에서 "사람마다 무서움을 느끼는 감각이 다르고 똑같은 영화라도 관람 시점에 따라 체감이 다르다"라며 "단순히 자극적인 고어나 스플래터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해 감정적으로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골랐다"라고 기준을 밝혔다. 그는 '유전'처럼 이미 자주 언급했거나 '링'처럼 유명한 장면이 널리 알려진 작품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영화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999년 작 '오디션'이다. 국내에는 표현 수위 문제로 제작 후 20여 년이 지나서야 정식 개봉했을 만큼 충격적인 이 작품에 대해 이 평론가는 "정말 악 소리가 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가 멜로드라마처럼 시작해 중반부 스릴러를 거쳐 후반부 광기의 극단으로 폭주한다고 했다. 특히 "키리키리키리"라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고문 장면은 시청각을 압도하는 공포를 선사한다고 했다. 이 평론가는 "제목인 ‘오디션’은 영화사 사장인 주인공이 재혼 상대를 찾으려 가짜 오디션을 여는 불순한 시선에서 기인한다"라며 "여성을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선택하는 일본 가부장제의 폭력적인 이면을 뒤집어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작품은 프랑스 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다. 이 영화는 시각적 잔혹함과 심오한 철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위치의 작품이다. 이 평론가는 "끝까지 관람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무서웠던 영화"라며 "가장 고통받는 자가 진리를 볼 수 있다는 염세적인 주제를 다룬, 내가 본 공포 영화 중 가장 철학적이면서도 잔인무도한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시각적인 끔찍함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건드리는 이 영화를 감상할 때 반드시 프랑스 원작을 선택할 것을 강조하며 "후반부의 묘사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세 번째 영화 '나이트 플라이어'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저예산 영화지만 연출의 힘으로 지옥의 풍경을 완벽히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평론가는 "현실과 악몽의 경계가 뒤집히며 흑백으로 펼쳐지는 후반부의 지옥도는 잠깐 지옥을 목격한 듯한 오싹한 느낌을 준다"라고 말했다. 경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소규모 공항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추적하는 타블로이드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자극적인 뉴스를 위해 비석에 자신의 피를 묻히고 후배를 감금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의 비뚤어진 집착을 조명했다.

네 번째 선정작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은 실존했던 살인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스의 본질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혔다. 이 평론가는 "주인공이 거울을 보는 장면이 담긴 포스터를 구하려다 너무 무서워 포기했을 정도로 영화의 잔상이 강렬했다"라고 고백했다. 영화 속 헨리는 살인에 대한 희열이나 감정 동요 없이 기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 평론가는 이를 두고 "텅 빈 내면을 가진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탁월한 캐릭터 연구서"라고 평했다. 그는 또한 "살인 장면이 매우 건조하게 묘사돼 마치 실제 범행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는 듯한 섬뜩함을 준다"라며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공포감을 강조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엑소시스트'는 1973년 개봉 이후 50년 넘게 공포 영화의 고전으로 군림해 온 명작이다. 이 평론가는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본 뒤 "악마가 내 몸에 들어오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에 시달려 영화가 극 영화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현대 공포 영화의 빠른 호흡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이 평론가는 이성이나 과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악의 현존과 그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무력감과 피로감에 주목했다. 아울러 주연 배우의 척추 부상이나 세트장 화재 같은 실제 사건들이 도시 전설과 결합돼 영화의 공포를 실재화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감독이 배우를 놀라게 하려 실제 총을 쏘거나 뺨을 때리는 등 당시의 혹독한 촬영 환경이 기이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라며 이 작품이 후대 오컬트 영화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