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그룹이 지주회사 이름을 '상미당홀딩스(SMDH)'로 정했다는 소식에 그룹의 뿌리이자 모태인 상미당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를 거느린 대형 식품그룹은 왜 80년 전 작은 빵집 이름을 꺼내 들었을까?
상미당. '최고의 맛을 내는 집' 혹은 '맛을 감상하는 집'이라는 뜻을 품은 이 이름은 SPC그룹 창업자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작은 빵집이다. 해방 직후 극심한 혼란과 물자 부족 속에서도 '좋은 맛'에 대한 철학을 이름에 새겨 넣은 것이다.
당시는 빵 한 개 만들기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밀가루는 귀했고, 설탕은 더 귀했다. 하지만 허 명예회장은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품질 좋은 재료 없이는 좋은 빵을 만들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1948년 월남 후 서울 을지로 4가에 다시 터를 잡은 상미당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었다. 허 명예회장은 무연탄 가마를 직접 설계해 빵을 굽고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며 맛을 표준화했다. 가내수공업에 머물던 제빵업을 산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도 바로 이곳에서였다.
그 결과가 1959년 탄생한 법인이 '삼립산업공사'였다. 회사가 1964년 출시한 '삼립 크림빵'은 국민 간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 제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금도 중장년층에게 크림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맛의 시작점이 바로 상미당이었던 셈이다.
SPC그룹은 지난달 31일 ㈜파리크라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인 상미당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파리크라상으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 세계 7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 회사가 다시 '상미당'이라는 이름을 꺼내 든 이유가 뭘까.
SPC그룹 측은 "창업 초심을 계승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80여 년 전 작은 빵집에서 시작된 품질제일주의와 장인 정신이 오늘날 SPC그룹을 만든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앞으로도 그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SPC는 삼립(Samlip)과 샤니(Shany)의 S, 파리크라상(Paris Croissant)의 P, 그 외 다른 회사들(Other Companies)을 뜻하는 C를 합친 이름이자, 'Superb company with Passionate, and Creative people(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지닌 최고의 기업)'이라는 비전을 담은 약자였다.
이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해외 사업 확대에 맞춰 투명한 기업 구조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기존에도 ㈜파리크라상이 대부분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에 사업 부문을 분리해 순수지주회사로 거듭나면서 투명성과 ESG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상미당홀딩스는 앞으로 중장기 비전 수립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며, 계열사들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준법, 안전, 혁신 등 핵심 가치가 각 계열사에 일관되게 구현되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반면 각 계열사는 독립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간다. 브랜드 전략도 지주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는 파리바게뜨답게, 던킨은 던킨답게 각자의 색깔을 살려나간다는 뜻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상미당홀딩스로 거듭나면서 투명성과 ESG 측면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각 사업 회사는 경영 전문성을 높여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며 "지주사는 계열사가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준법과 안전 등 핵심 가치가 일관되게 구현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