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16일(한국 시간) 보도했다. 보안군은 영안실과 병원에 안치된 시신을 담보로 잡고 유족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금전 요구 사례도 확인됐다. 이란 북부 라슈트(Rasht) 지역의 한 유족은 푸르시나(Poursina) 병원 영안실에 있는 가족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보안군으로부터 7억 토만(약 5000달러)을 요구받았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한 쿠르드계 건설 노동자 유족은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갔다가 10억 토만(약 7000달러)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란 건설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100달러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6년 이상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보안군의 갈취를 피하기 위한 긴박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 직원들은 보안군이 도착해 돈을 요구하기 전에 시신을 빨리 찾아가라고 유족들에게 미리 귀띔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지난 9일 병원 측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두 자녀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가 남편의 시신을 픽업트럭 짐칸에 실었다. 그녀는 보안군의 추적을 피해 고향까지 7시간 동안 트럭 짐칸에 탄 채 남편의 시신을 지키며 이동했다. 그녀는 런던에 있는 친척에게 "아이들은 앞좌석에 태우고 나는 짐칸에서 남편 시신을 붙잡고 7시간 내내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돈이 없는 유족에게는 거짓 증언을 강요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테헤란 베헤슈트-에 자흐라(Behesht-e Zahra) 영안실 관계자들은 사망자가 시위대가 아닌 친정부 민병대 바시지(Basij) 소속이었다고 허위 진술하면 시신을 무료로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고인을 정권 선전 도구인 순교자로 둔갑시키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제안을 거절했다. 시신을 뺏길 것을 우려한 일부 가족들은 영안실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가 구급차에서 시신을 직접 꺼내 오기도 했다.

이란 전역에서는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보안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여 대규모 살상을 저질렀다. 이란 인권 단체와 외신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2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