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를 끓일 때 된장을 물에 바로 풀어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리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국물의 깊이와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 된장을 물에 풀기 전에 '고기를 먼저 넣어 볶는 과정' 하나를 추가하면, 고깃집에서 먹던 진한 된장찌개에 가까운 맛이 나온다. 집에서 끓인 된장찌개가 텁텁하거나 향이 둔하게 느껴졌다면 조리 순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된장은 콩 단백질과 발효 성분이 밀집된 장류다. 물에 바로 풀어 끓이면 발효 향이 그대로 퍼지면서 메주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남기 쉽다. 또 지방 성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끓기 때문에 국물이 가볍고 맛이 퍼지는 느낌을 준다. 밥에 올렸을 때는 괜찮아도 국물만 떠먹으면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먼저 넣고 볶는 이유는 명확하다
된장을 '기름'이나 '고기 지방'을 먼저 넣고 볶으면 콩 단백질이 열과 지방을 만나면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고소한 향이 강화되고, 발효 과정에서 생긴 날향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된장이 기름을 머금은 상태가 되면 이후 물이나 육수를 부어도 국물이 묵직하게 유지된다. 고깃집 된장찌개가 유독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방식은 흔히 차돌 된장찌개나 볶음 된장찌개로 불린다. 냄비에 차돌박이, 대패삼겹살, 또는 다진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 지방을 충분히 낸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어 기름이 자작하게 나오면 물을 붓지 않은 상태에서 된장을 바로 넣는다. 중불에서 1분에서 2분 정도 된장과 고기를 함께 볶아 향을 끌어올린다.
된장이 충분히 볶아진 뒤에는 물 대신 쌀뜨물을 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쌀뜨물에는 전분이 소량 들어 있어 국물에 자연스러운 농도를 더한다. 볶아진 된장은 쌀뜨물에 훨씬 잘 풀리고, 국물 색도 한층 진해진다. 멸치 육수를 써도 되지만 고기 지방과의 조합에서는 쌀뜨물이 더 안정적이다.

국물을 붓고 나서는 감자처럼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재료를 먼저 넣는다. 일정 시간 끓여 국물 맛이 우러난 뒤 양파, 호박을 넣고 마지막에 두부와 대파, 청양고추를 더한다. 이 순서를 지키면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국물이 밍밍해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소량 더하면 칼칼함이 살아난다.
고기를 쓰지 않는 경우에도 이 방식은 적용할 수 있다. 식용유와 들기름을 1대1로 섞어 된장을 먼저 볶으면 된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된장과 결합해 고기 없이도 충분한 바디감을 만든다. 이때 불은 약중불을 유지해 된장이 타지 않도록 관리한다.

집된장과 시판 된장 차이
집된장은 발효 향이 강한 편이라 볶는 과정의 효과가 더 크다. 시판 된장은 비교적 향이 정제돼 있지만, 볶으면 감칠맛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된장 양은 2큰술에서 3큰술 사이가 적당하며, 볶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짠맛이 도드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된장을 먼저 볶는 조리법은 특별한 재료 없이도 맛의 방향을 바꾼다. 물에 풀어 끓이던 평범한 방식에서 순서 하나만 바꿔도, 된장찌개의 고소함과 밀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밥 한 공기를 부르는 된장찌개의 기준은 재료보다 조리 과정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