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지방 소멸을 막아낼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여의도에서 펼쳐졌다. 단순한 행정구역의 결합을 넘어, 돈과 권한을 확실하게 쥔 ‘초광역 지방정부’의 탄생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와 양 시·도가 공동 주최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은 지역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댄 정치권과 행정가,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으로 달궈졌다.
◇ “뭉쳐야 산다”… 수도권 일극 체제 대항마 자처
발제자로 나선 안도걸 의원은 냉혹한 현실 진단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구 절벽과 수도권 집중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광주와 전남의 개별 경쟁력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해법으로 생활권과 경제권을 아우르는 ‘완전한 통합’을 제시했다. AI(인공지능)와 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을 공동으로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초광역 행정 체계를 구축해야만 지역 주도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 통합의 전제조건 1순위는 ‘재정 자립’
이날 공청회의 핵심 화두는 단연 ‘실리’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통합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디테일한 조건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지사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구조 하에서는 통합을 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지역에서 번 돈이 지역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권한 이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무늬만 통합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독립’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의대 신설·국가산단 등 ‘묵은 숙제’ 해결 기회로
통합 논의를 계기로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지역 현안들을 일괄 타결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지사는 의과대학 신설과 공항 이전에 따른 국가산단 조성 문제를 언급하며, 통합 과정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와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 성공 등으로 형성된 우호적인 여론을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 “속도전보다 중요한 건 시·도민의 동의”
토론에서는 통합의 속도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신중론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행정 편의주의적 통합이 아닌, 농산어촌 소외 방지와 도시 정체성 유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이번 국회 공청회를 기점으로 논의의 장을 지역으로 옮긴다. 향후 시·군 순회 설명회 등을 통해 바닥 민심을 훑고, 시·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 비전을 제시하며 사회적 합의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