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권 약화와 학습 붕괴, 혐오와 갈등의 확산 등 학교 현장의 위기가 누적되는 가운데, 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점검하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세종에서 열렸다. 교육 문제를 개별 학교나 교사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론의 장으로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4일 공주대학교 백제교육문화관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교원과 연구자, 예비교사, 교육단체 관계자 등 700여 명이 참여해 당초 예상 인원을 크게 웃돌았다.
토론은 교육공동체가 제안한 7개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강연과 심층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의제는 ‘위기의 학교 진단과 학교공동체 세우기’와 ‘혐오의 시대, 시민교육의 방향’이었다. 첫 번째 의제에서는 민원과 분쟁 중심의 대응 체계가 학교의 교육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진단 속에, 교장을 학교공동체 회복을 설계·조정하는 리더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교장공모제 확대 필요성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혐오 대응과 시민교육을 다룬 논의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혐오 표현에 교육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가 부족하다는 문제 인식이 공유됐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판단과 개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교육청 차원의 공식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학교가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려면 교사의 교육활동이 교육법 체계 안에서 명확히 보호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고교교육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보편공통교육과정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균형 있게 보장하고, 평가와 대입 구조를 단순화해 학교 교육과 입시 간 괴리를 줄여야 한다는 현장 제안이 나왔다. 선행학습 중심 사교육에 대해서는 단계적·선별적 규제가 필요하며, 협력교육 확대와 과정 중심 평가 정착을 통해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는 교육의 본질을 앞서지 않도록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적 멈춤’ 원칙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단계적 도입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어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교장 리더십과 자율학교 교장공모제, AI 시대 교육 기준, 혐오 대응 민주시민교육 체계화, 교사 보호 장치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병관 세종시교육청 미래기획관장은 “700명이 넘는 참여는 학교 위기를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교육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회적 대화를 출발점으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정책으로 구체화해 교육이 회복되는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