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실패는 눅눅함이다. 겉은 노릇한데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축축한 식감이 남으면 실망감이 크다. 특히 채소전은 수분 때문에 바삭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겨울철 냉장고에 늘 있는 양배추로, 물 한 방울 쓰지 않고도 끝까지 바삭한 전을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의 주인공은 양배추전이다.
양배추는 수분이 많은 채소다. 그래서 대부분의 레시피에서는 물을 줄이거나, 전분을 섞거나, 센 불에 빠르게 부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핵심은 물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물을 넣지 않는 데 있다. 양배추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만으로 반죽을 완성하면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양배추 손질이 중요하다. 겉잎은 제거하고 속이 단단한 부분을 사용한다. 칼로 채 썰기보다는 가늘게 슬라이스하듯 써는 것이 좋다. 너무 두꺼우면 익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수분이 많이 빠져나와 전이 질어질 수 있다. 채 썬 양배추는 그대로 두지 말고 소금을 아주 소량만 뿌려 살짝 숨을 죽인다. 이 과정에서 양배추 안의 수분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물은 넣지 않는다. 대신 양배추에서 나온 수분을 그대로 활용한다. 여기에 부침가루나 밀가루를 넣는데, 한 번에 많이 넣지 말고 양배추에 가루가 코팅되듯 조금씩 섞는다. 반죽이 질척해지지 않고, 가루가 양배추에 달라붙는 정도가 적당하다. 계란을 한 개 풀어 넣으면 고소함과 결착력이 더해지지만, 바삭함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계란 없이도 충분하다.
바삭한 양배추전을 만드는 데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팬이다. 팬은 반드시 예열해야 한다. 중불에서 팬을 충분히 달군 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기름이 팬 전체를 얇게 덮도록 한 뒤, 양배추 반죽을 올린다. 이때 꾹 누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펼쳐준다. 눌러버리면 수분이 한꺼번에 빠져나와 오히려 바삭함이 줄어든다.

불 조절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중불에서 겉면을 빠르게 익혀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막는다. 한쪽 면이 노릇해지면 뒤집고 불을 약간 줄여 속까지 천천히 익힌다. 뒤집은 뒤에는 다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자주 뒤집으면 전 속에 남아 있던 수분이 다시 올라와 식감이 무너진다.
완성된 양배추전은 겉이 얇고 바삭하며, 속은 양배추 특유의 달큰함이 살아 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지고, 기름진 느낌도 적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아무것도 찍지 않고 먹는 편이 바삭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양배추전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변화도 쉽다. 양배추에 대파를 조금 섞으면 향이 살아나고, 고춧가루를 약간 넣으면 느끼함이 줄어든다. 하지만 바삭함을 유지하려면 수분이 많은 채소는 추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양파나 애호박은 오히려 전을 눅눅하게 만들 수 있다.
보관은 추천하지 않는다. 양배추전은 갓 부쳐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분이 올라온다. 남겼다면 전자레인지보다는 팬에 다시 한 번 구워내는 것이 낫다. 그래도 처음의 바삭함을 완전히 되살리기는 어렵다.
양배추전은 특별한 요리라기보다, 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 완성도가 올라가는 음식이다. 물을 넣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칙 하나만 지켜도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겨울철 냉장고 속 흔한 양배추가, 제대로 부치면 술안주로도, 간단한 한 끼로도 손색없는 요리가 된다. 바삭한 소리가 먼저 들리는 전, 그게 바로 물 없이 만든 양배추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