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그동안 각자의 이름으로 쌀을 팔며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여왔던 전남 장흥의 6개 지역농협이 마침내 ‘밥그릇 싸움’을 끝내고 ‘하나의 팀’을 선언했다.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쌀 가공시설(RPC)을 하나로 합친 최첨단 ‘통합 RPC’를 구축, ‘장흥쌀’을 전국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공동 출사표를 던졌다.
#‘따로따로’의 한계…뭉쳐야 사는 이유
지난 14일, 장흥군청에 모인 6개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흘렀다. 이들이 손을 맞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개별 농협 단위의 소규모 시설로는 더 이상 전국적인 쌀 유통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협약은 중앙정부의 ‘1시·군 1통합RPC’ 정책에 발맞춘 전략적인 행보이기도 하다. 6개 농협은 하나의 거대한 ‘쌀 산업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효율화하고, 최신 시설을 통해 쌀의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행정은 밀어주고, 농협은 끌고…‘완벽한 분업’
이번 ‘어벤져스’의 탄생은 군과 농협의 완벽한 분업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협약에 따라 장흥군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책임지는 든든한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6개 농협은 사업 신청부터 비용 분담, 실제 운영까지 책임지는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이들의 1차 목표는 2026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고품질쌀 유통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국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 “경쟁에서 상생으로”…농가 소득 올릴 ‘신의 한 수’
박철환 장흥군 조합운영협의회장은 “이번 협약은 지역농협이 개별 경쟁을 넘어 상생과 협력으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통합RPC가 농업인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김성 장흥군수 역시 “장흥 아르미쌀을 비롯한 우리 지역의 우수한 쌀이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농업인, 농협, 행정이라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갈 때, 장흥 쌀 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경쟁자를 동반자로 바꾼 장흥의 담대한 도전이,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쌀 산업의 부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