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밑반찬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조리해보면 식당이나 반찬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쥐포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내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조리 후 시간이 지나면 멸치가 눅눅해지거나, 반대로 서로 딱딱하게 달라붙어 덩어리지기 쉽다. 멸치를 쥐포처럼 바삭하게 볶아내기 위해서는 재료의 수분 관리와 양념을 넣는 순서, 그리고 불 조절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 단계: 마른 팬에 볶아 수분과 비린내 제거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름을 두르지 않은 빈 팬에 멸치만 넣고 볶는 '애벌 볶기' 과정이다.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했던 멸치는 공기 중의 수분을 머금고 있어 특유의 눅눅함과 비린내를 가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 바로 기름과 양념을 넣으면 멸치 속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식감이 질겨진다.
중약불로 달궈진 팬에 멸치를 넣고 약 2~3분간 천천히 볶아준다. 멸치의 색이 살짝 하얗게 변하고 손으로 만졌을 때 까슬까슬한 느낌이 들 때까지 볶아야 한다. 이때 멸치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와 불순물들이 팬 바닥에 남게 되는데, 볶은 멸치를 채반에 옮겨 담아 이 가루들을 털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가루들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조리하면 완성된 멸치볶음에서 쓴맛이 나고 외관이 지저분해진다.
두 번째 단계: 기름 코팅으로 바삭함 극대화하기

불순물을 제거한 멸치를 다시 팬에 넣고 이제 기름을 두른다. 이때 기름의 양은 멸치 겉면이 골고루 코팅될 정도로 넉넉히 넣는 것이 좋다. 기름에 볶는 과정은 멸치의 겉면을 튀기듯 익혀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핵심 단계다.
기름을 두른 뒤에는 불을 중불로 올리고 멸치가 전체적으로 노릇노릇한 갈색빛을 띨 때까지 충분히 볶아준다. 멸치가 기름을 흡수하면서 겉면이 단단해지는데, 이때 하나를 먹어보았을 때 과자처럼 바삭한 소리가 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기름 코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양념을 넣었을 때 양념의 수분이 멸치 속으로 스며들어 금방 눅눅해진다.
세 번째 단계: 양념장의 배합과 불 조절
쥐포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간장과 설탕의 비율이 중요하다. 멸치 자체에 염분이 있으므로 간장은 향을 낼 정도로만 적게 넣고, 단맛을 내는 재료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하지만 설탕이나 물엿을 처음부터 넣고 볶으면 당분이 타면서 쓴맛이 나거나 멸치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 있다.

먼저 팬의 한쪽으로 멸치를 밀어두고 빈 공간에 간장과 맛술을 넣어 살짝 끓인다. 간장이 끓으며 풍미가 올라오면 그때 멸치와 재빨리 섞어준다. 그다음 설탕을 넣는데, 설탕은 멸치 겉면의 수분을 잡아주어 바삭함을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설탕이 녹아 멸치에 완전히 달라붙을 때까지 짧게 볶아낸다.
네 번째 단계: 가장 중요한 '불 끄고 올리고당 넣기'
멸치볶음이 딱딱하게 굳는 가장 큰 원인은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넣고 오래 가열하기 때문이다. 쥐포처럼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불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올리고당을 넣어야 한다.
불을 끈 뒤 잔열이 남아있을 때 올리고당이나 조청을 한 바퀴 두르고 골고루 버무린다. 이렇게 하면 멸치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으면서도 겉면에 윤기가 흐르고 쫀득한 식감이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다섯 번째 단계: 넓게 펼쳐서 식히기
조리가 끝난 멸치볶음을 바로 반찬통에 담는 것은 금물이다. 뜨거운 상태에서 통에 담아 뚜껑을 닫으면 내부의 열기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고, 이 수분이 멸치에 스며들어 공들여 만든 바삭함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완성된 멸치볶음은 넓은 쟁반이나 접시에 겹치지 않게 최대한 넓게 펼쳐서 실온에서 완전히 식혀야 한다. 차갑게 식으면서 멸치 겉면의 당분이 굳어 코팅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쥐포처럼 바삭한 식감이 완성된다. 완전히 식은 것을 확인한 후에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면 냉장고에 들어가서도 일주일 이상 바삭함이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