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자체 개발한 지중해저케이블 상태 판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전력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6 현장에서 LS전선과 기술 사업화 및 해외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진행됐다. 체결식에는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구본규 LS전선 사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협력을 공식화했다. 협약의 핵심은 한전이 보유한 SFL-R(Smart Fault Locator-Real Time) 기술이다. 이는 전력 케이블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정하고 고장 위치를 즉각적으로 찾아내는 탐지 기술이다. 전력망 운영에 있어 케이블 고장은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요소이기에 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내느냐가 전력 공급 안정성의 관건이 된다.
한전이 개발한 SFL-R 기술은 실시간 전류 모니터링 기능과 노이즈 제거 기법을 동시에 적용했다. 전력선에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전기적 잡음(노이즈)이 섞이기 마련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유의미한 신호만을 분석하는 것이 기술의 요체다. 한전 측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고장 발생과 동시에 99%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사고 지점을 탐지해 낸다. 기존의 SFL 기술이 사후 분석이나 제한적인 데이터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SFL-R은 대상 선로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는 고장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여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 이 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전류 신호 측정 방식을 적용한 장거리 HVDC(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이미 제주 1호와 3호 HVDC 라인, 북당진과 고덕을 잇는 HVDC 선로 등 국내 주요 전력망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되며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전선 업계 1위인 LS전선은 자사가 운영 중인 해저케이블 자산관리 플랫폼에 한전의 SFL-R 기술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하드웨어인 케이블 제조 능력에 소프트웨어인 정밀 진단 기술을 더해 토털 솔루션을 완성한 셈이다. LS전선은 향후 해저케이블 입찰 시 한전의 기술이 탑재된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과 진단 솔루션을 패키지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케이블 납품을 넘어 유지보수와 운영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된 차별화된 시스템이라는 점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양사는 이번 공동 사업화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이번 협약이 국내 전력케이블 제조와 운영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사업의 수준을 세계적인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SFL 분야에 그치지 않고 향후 초전도 케이블 등 미래 전력 산업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기술 교류를 이어가며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