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 전 ‘이곳’ 딱 3초만 확인하세요…이런 비밀이 숨어있을 줄 전혀 몰랐네요

2026-02-16 15:02

아는 만큼 보이는 공항 상식

공항 게이트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꼬리날개의 낯선 번호들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과 국내 이동이 몰리는 가운데, 공항과 기차역은 이른 아침부터 붐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을 앞두고 게이트 앞에서 보내는 대기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정보들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면, 잠시 시선을 돌려 창밖의 비행기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 꼬리날개 근처에 새겨진 ‘HL7898’ 같은 고유 번호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정보들이 담겨 있다.

단순한 일련번호인 줄 알았던 이 숫자 속에는 비행기의 국적부터 엔진의 형태, 심지어 엔진이 몇 개인지까지 당신이 곧 타게 될 ‘하늘의 탈것’에 대한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비행기 역시 꼬리에 적힌 네 자리 숫자만 읽을 줄 알면 금세 ‘항공 고수’가 된다. 그 암호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HL’은 대한민국… 숫자의 시작은 ‘심장’의 정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번호 앞머리에 위치한 두 글자의 알파벳이다. 대한민국 국적기는 예외 없이 ‘HL(Hotel Lima)’로 시작하는데,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부여한 대한민국의 국가 코드다. 만약 머나먼 이국의 공항에서 HL로 시작하는 번호를 발견한다면, 그 비행기는 한국에서 날아온 반가운 우리 비행기라는 뜻이다.

이는 자동차 번호판에 지역 명칭이 붙던 것과 비슷한 원리다. 미국 비행기는 ‘N’, 일본은 ‘JA’, 중국은 ‘B’로 시작하는 식이다. 이처럼 첫 마디가 국가를 상징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네 자리 숫자는 이 비행기가 어떤 성능과 체급을 가졌는지를 알려주는 핵심 ‘단서’가 된다.

터보프롭 발동기. 하이에어 항공기 / 뉴스1
터보프롭 발동기. 하이에어 항공기 / 뉴스1

진짜 핵심은 ‘HL’ 바로 뒤에 붙는 네 자리 숫자다. 이 중 첫 번째 숫자는 비행기의 엔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심장 판독기’다. 우리가 공항에서 만나는 거대한 여객기들은 대부분 7이나 8로 시작한다. 이는 등유를 태워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 ‘제트 엔진’을 장착했다는 증거다.

반면, 울릉도나 소형 공항을 오가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들은 5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헬리콥터는 6이나 9를 사용한다. 즉, 내가 탈 비행기 번호가 7이나 8로 시작한다면 “오늘도 힘찬 제트 엔진의 굉음을 들으며 떠나겠구나”라고 예상하면 틀림없다.

쌍발 여객기. 대한항공, 보잉 787-9 / 대한항공 제공
쌍발 여객기. 대한항공, 보잉 787-9 / 대한항공 제공
4발 여객기,. 아시나아항공,에어버스 A380 / 아시아나 항공 제공
4발 여객기,. 아시나아항공,에어버스 A380 / 아시아나 항공 제공

◈ 두 번째 숫자가 알려주는 ‘쌍발 여객기’의 단서

가장 핵심적인 단서는 네 자리 중 두 번째 숫자다. 복잡한 구조를 몰라도 이 숫자 하나면 비행기가 엔진을 몇 개나 달고 있는지, 즉 어떤 ‘체급’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항공사고 위기대응 훈련.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항공사고 위기대응 훈련.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제트 여객기를 기준으로 두 번째 숫자가 0, 2, 5, 7, 8 중 하나라면 엔진이 2개인 ‘쌍발 여객기’다. 보잉 787이나 A350처럼 최근 공항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비행기가 여기에 속한다. 엔진 2개만으로도 태평양을 거뜬히 건널 만큼 효율이 좋아진 요즘, 하늘의 주류가 된 기종들이다.

반면, 숫자가 4나 6이라면 엔진이 4개 달린 ‘4발 여객기’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A380이나 ‘하늘의 여왕’ 보잉 747 같은 초대형 항공기들이 이 번호를 부여받는다. 엔진 2개 비행기가 대세가 된 지금, 공항에서 4나 6이 적힌 비행기를 발견했다면 멸종해가는 ‘거인’을 마주한 셈이니 기념사진 한 장 남겨두는 것도 좋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대한항공 여객기의 꼬리날개 부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대한항공 여객기의 꼬리날개 부분 / 뉴스1
4발 여객기, 대한항공 항공기 보잉747-8 / 연합뉴스
4발 여객기, 대한항공 항공기 보잉747-8 / 연합뉴스

◈ 아는 만큼 보이는 ‘하늘의 번호판’

만약 내가 탈 비행기의 꼬리에 ‘HL7898’이라고 적혀 있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선 HL이니 한국 비행기다. 첫 글자가 7이니 제트 엔진을 달았고, 두 번째 글자가 8이니 엔진이 2개인 날렵한 쌍발 여객기다. 마지막 98은 해당 기종 중 98번째로 등록되었다는 순서를 뜻한다.

다만, 이러한 숫자 배열의 상세 규칙은 대한민국 항공법령에 따른 ‘국내 규칙’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국가 코드인 ‘HL’ 자체는 국제 규약에 따른 전 세계 공통 기호지만 그 뒤를 잇는 네 자리 숫자의 조합 방식은 국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항공기 등록 번호를 식별하는 법만 알면 복잡한 제원표 없이도 기체의 특성을 즉시 파악할 수 있다. 비행기 번호를 통해 오늘 이용할 항공기가 어떤 체급인지, 엔진 구성은 어떠한지 미리 가늠해 보는 것은 공항을 이용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지루한 공항 대기 시간, 스마트폰만 보기보다 창밖의 비행기들이 보내는 비밀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자.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