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정부가 ‘깜깜이’ 웨딩 비용을 잡겠다며 최대 1억 원의 과태료까지 내걸었지만, 정작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 중 단 한 곳도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혼부부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칼을 빼 들었지만, 업계가 이를 비웃듯 무시하면서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가격표시제, 유명무실한 ‘선언’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가격을 공개한 결혼준비대행업체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었다. 예식장업체 역시 고작 5곳만이 가격을 공개했을 뿐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야심 차게 추진한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결과다. 당시 공정위는 가격 미표시 업체에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시행 두 달이 지난 지금 업계는 요지부동이다.
■ 공정위의 변명, “6개월 계도기간입니다”
업계의 ‘배짱 영업’에 대해 공정위는 “현재는 시행 초기 계도기간(올해 5월까지)”이라며 “교육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계도기간이 끝난 후에야 모니터링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6개월간은 업계의 불법적인 ‘깜깜이 영업’을 수수방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 무용지물 ‘표준계약서’, 권장은 고작 9곳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가 지난해 3월 마련한 「결혼준비대행업 표준계약서」 역시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공정위가 이 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업체는 전국에 고작 9곳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전무하다. 심지어 공정위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도입 현황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답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음을 시인했다.
■ 결국 피해는 신혼부부 몫…3년간 민원 1,010건
정부의 헛발질 속에 애꿎은 신혼부부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웨딩업 관련 소비자 피해 민원은 1,010건에 달하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민원 내용의 68%는 ‘계약해제’와 ‘계약불이행’에 대한 분쟁으로, 불투명한 가격과 부당한 계약 관행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보여준다.
권향엽 의원은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점을 악용해 신혼부부를 우롱하고 착취하는 부당한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행정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는 웨딩업계의 배짱에는,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입법을 통한 근본적인 제도개선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