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 셰프가 만들었던 요리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강록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가 과거 선보였던 '무 스테이크'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기 없이도 접시 한가운데를 차지할 수 있고, 들기름 한 방울로 풍미의 결을 바꾼다. 평범한 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은 조리법보다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 요리의 핵심은 무를 ‘채소’가 아닌 ‘스테이크’로 대하는 데 있다. 무는 손가락 두께가 아니라 최소 3센티 이상으로 큼직하게 썰어야 한다. 단면이 넓을수록 열을 머금는 시간이 길어지고, 속까지 익는 동안 자연스러운 단맛이 올라온다. 껍질은 완전히 벗기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굽는 과정에서 수분 손실을 줄이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중요한 단계는 사전 가열이다. 냄비에 무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소금 한 꼬집을 넣어 중불에서 천천히 삶는다. 완전히 익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젓가락이 살짝 들어갈 정도까지만 가열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이후 팬에서 구울 때 겉은 노릇해지고 속은 촉촉한 대비가 만들어진다.
팬 조리는 강한 불보다 중불이 적합하다. 팬을 충분히 달군 뒤 식용유를 아주 소량만 두르고 무를 올린다. 이때 자주 뒤집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면당 최소 2분 이상 그대로 두어야 표면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고기처럼 깊은 색을 낸다. 팬에 남은 수분이 날아가며 무 특유의 풋내도 함께 사라진다.
들기름은 이 요리의 ‘마침표’에 가깝다. 굽는 과정에서 넣으면 고온에 향이 쉽게 날아가고 쓴맛이 돌 수 있다. 불을 끄기 직전 혹은 접시에 옮긴 뒤 마지막에 둘러주는 것이 정석이다. 들기름은 열로 존재하는 재료가 아니라 여운으로 남아야 무의 단맛과 겹치며 깊이를 만든다.

들기름의 포인트를 살리려면 양 조절이 관건이다. 한 조각당 반 작은술이면 충분하다. 과하면 들깨 향이 무를 덮어버리고, 적으면 존재감이 사라진다. 손목을 세워 얇게 흘리듯 떨어뜨리면 표면에 고르게 퍼지며 향이 과장되지 않는다.
간은 소금 하나로도 완성된다. 굵은 소금보다 고운 소금이 낫다. 표면에 살짝만 뿌려 무의 수분과 만나게 하면 간이 안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간장이나 된장을 더하고 싶다면 무 전체를 덮지 않도록 접시 가장자리에 소스를 찍듯 배치하는 방식이 좋다.
조리할 때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무에서 나온 수분이 팬에 고이면 즉시 키친타월로 닦아내야 한다. 수분이 남아 있으면 굽는 대신 삶는 상태가 되어 표면 색이 나지 않는다. 또한 무를 너무 얇게 썰면 단맛이 올라오기 전에 식감이 무너진다.

플레이팅 역시 요리의 일부다. 접시 중앙에 무를 세우듯 올리면 스테이크의 인상이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아주 소량만 갈아 올리면 들기름의 고소함 뒤에 은은한 긴장이 생긴다. 허브를 더한다면 향이 강하지 않은 쪽이 어울린다.
최강록 셰프의 무 스테이크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절제에 있었다. 재료는 적고 과정은 단순하지만 각각의 타이밍을 정확히 지킨다. 들기름은 조미가 아니라 메시지로 쓰인다. 이 요리는 무를 다시 보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한 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