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일반계 고교생 수면 실태…대책은 없을까?

2026-01-14 09:21

학업 때문에 충분한 수면 못 취하는 일반계 고등학생들
감정조절 능력 떨어지고 우울감, 무기력감 심해질 수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학교 책상에서 잠이 든 학생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사진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학교 책상에서 잠이 든 학생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사진입니다.

#1 일반계 고등학생 김모(17) 군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야간자율학습(야자)과 학원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와 온라인 강의와 복습까지 끝내면 새벽이 되는 날이 많아 하루 6시간도 채 자지 못한다.


#2 고등학생 박모(17) 양 역시 숙제와 수행평가 준비, 내신 공부에 더해 진학을 위한 비교과 준비까지 겹치면서 수면 시간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3 고등학생 최모(16) 양도 학원과 과외, 집에서의 추가 학습 때문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이른 아침 다시 등교해야 해 늘 피로를 안고 생활한다.

이처럼 각자의 일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계 고등학생 상당수가 학업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학생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시간 관리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교육 환경과 과도한 학습 부담이 만들어 낸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기 위해 가정과 교육 관계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생 상당수가 학업 때문에 하루 6시간도 채 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7일 공개한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일반고 재학생 22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24년 기준 일일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46.7%에 달했다. 이는 일반계 고등학생 2명 가운데 1명에 가까운 학생이 사실상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일반계 고등학생 2명 중 1명 6시간도 못 자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면 시간이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은 29.7%였고 5시간 미만도 17.0%나 됐다. 반면 6시간 이상 7시간 미만은 30.8%로 나타났지만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수준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청소년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 이상을 잔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6.0시간이었다. 공부를 위해 잠을 줄이는 생활이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고 전반에 퍼진 구조적인 현실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반계 고등학생들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부가 지목됐다. 온라인 강의나 숙제 등 가정 학습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이 2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원·과외가 19.3%, 야간자율학습이 13.4%로 뒤를 이었다.

일반계 고교생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다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수행평가와 숙제를 마무리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문제집을 풀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진다. 여기에 학원이나 과외, 야간자율학습까지 이어지면 잠을 줄이지 않고서는 일정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결국 수면은 가장 먼저 줄어드는 시간이 되고 많은 학생이 피곤을 견디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고등학생 최모(16) 양은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집에 돌아와 공부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라며 "늦게 잠자리에 들어 늘 피곤하다. 공부 때문에 마음 편히 푹 자는 날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모(17) 군도 "늘 잠이 부족한 것 같다. 학교에 가서도 졸려 집중이 잘 안된다"라고 밝혔다.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뉴스1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 뉴스1

문제는 수면 부족이 단순히 피곤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분한 수면은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이다. 청소년기는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뇌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잠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자는 동안에는 성장과 회복에 필요한 과정이 이뤄지고 낮 동안 배운 정보가 정리되며 기억이 강화된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면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해력과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잠을 줄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수면 부족은 학습 효율 자체를 떨어뜨려 악순환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피로가 누적되면 작은 실수도 잦아지고 시험 준비 과정에서도 불안과 초조가 더 커질 수 있다.

일반고 재학생 가운데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19.5%로 5명 가운데 1명꼴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1순위 역시 학업 문제였다. 54.9%가 성적과 학업 부담을, 24.0%가 진로에 대한 불안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청소년기 충분한 수면이 중요한 이유

수면 부족은 이런 스트레스와 불안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우울감과 무기력감, 짜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양모(42) 씨는 학교에서 수면 부족을 겪는 학생들을 쉽게 본다고 했다. 양 씨는 "수면 부족으로 학교에 와서 졸거나 집중을 잘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라며 "청소년기 충분한 수면은 학업 성취와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등 청소년에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건강, 학습, 정서, 안전 모두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잠을 충분히 자야 면역력이 유지되고 성장기 신체 회복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낮 시간의 학습 능률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커진다.

반대로 잠이 부족하면 수업 중 졸음, 만성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뿐 아니라 불안, 우울, 무기력까지 겹쳐 일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학생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한 상태라면 학업 성취는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수면은 사치가 아니라 청소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봐야 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사진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사진입니다.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 보장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과도한 학습 시간을 줄이고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생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간 뒤 최소한의 휴식과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정뿐만 아니라 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정에서는 성적만을 앞세워 잠을 줄이게 하기보다 규칙적인 취침 시간을 지키도록 돕고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이나 학습 기기를 붙잡고 있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충분히 자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학습의 출발점이라는 공감대를 넓혀 가는 것도 필요하다.

(숙면에 도음이 되는 방법)

숙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 리듬이 안정돼 잠들기 쉬워진다. 또한 잠자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빛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방 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 몸이 자연스럽게 휴식 상태로 들어가기 쉽다.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늦은 시간의 카페인 섭취나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이런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 보다 깊고 편안한 잠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