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이 테헤란 샤리아티기술전문대학을 나선 것은 지난 8일(현지시각) 오후였다. 섬유·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던 이 쿠르드족 여대생은 수업을 마치고 테헤란 시내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합류했다. 몇 시간 뒤 그는 뒤통수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란 보안군이 근거리에서 즉결처형 방식으로 총을 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11일 아미니안의 유족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인용해 "아미니안이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쿠르디스탄인권네트워크와 노르웨이 소재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아미니안은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 출신이다. 현재 가족은 케르만샤주에 거주하고 있다. 아미니안은 테헤란에서 홀로 학업을 이어가며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자신이 입은 전통 쿠르드 의상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삼촌 네자르 미누에이는 "강하고 용감한 소녀였다"며 "통제할 수 없고 대신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미누에이는 "그는 옳다고 아는 것들을 위해 싸웠다. 자유를 위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며 "그는 자유에 목말랐고, 여성의 권리에 목말랐다"고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그는 살아 있었던 소녀, 진정으로 살았던 소녀였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아미니안의 꿈은 밀라노로 건너가 패션계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다양한 전통 쿠르드 의상을 자랑스럽게 입은 사진들이 게시돼 있었다. 
아미니안의 가족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케르만샤에서 테헤란까지 달려갔다. IHR의 소식통은 "가족은 대학 근처의 한 장소로 안내됐고, 그곳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젊은이 수백 명의 시신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18세에서 22세 사이의 젊은이였고, 정부군에 의해 근거리에서 머리와 목에 총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소식통을 통해 "내 딸만이 아니었다. 내 눈으로 수백 구의 시신을 봤다"고 말했다. 가족은 수백 구의 시신 사이에서 딸의 신원을 직접 확인해야 했다.
이란 당국은 처음에 시신 인도를 거부했다가 가족의 거듭된 요청 끝에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간의 사투 끝에 가족은 아미니안의 시신을 수습해 케르만샤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정보기관 요원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당국은 장례식이나 추도식을 금지했다. 가족이 마리반의 여러 모스크에 장례식 장소를 요청했지만, 모스크 측은 그런 의식을 허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IHR은 전했다.
결국 아미니안의 가족은 케르만샤와 인근 도시 카미아란을 잇는 도로변에 그를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IHR은 밝혔다. 지금까지 가족은 어떤 추도 행사도 열지 못하고 있다.
미누에이는 "가족으로서 우리는 가슴이 찢어진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아이는 자유로 가는 길에서, 자신이 믿었던 더 나은 삶을 위해 순교했다"고 CNN에 말했다.

아미니안의 죽음은 이란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무력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보안군이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하고 있으며, 특히 머리와 목을 겨냥한 사격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미니안은 최근 시위에서 사망한 사람들 중 신원이 확인된 몇 안 되는 희생자 중 한 명이다. 나흘간의 인터넷 차단으로 정보 유출이 극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생자들의 신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란 남서부 파르스주 네이리즈에서는 26세 실내 풋살 코치이자 심판인 아미르 모하마드 코흐칸이 지난 3일 시위 도중 실탄에 맞아 사망했다. 그의 친구는 BBC 페르시아에 "그는 어릴 때부터 내 코치였고, 나중에는 형제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친구는 "모두가 그의 친절함과 좋은 성품으로 그를 알았다. 온 마을이 그를 사랑했다"며 "가족은 슬픔과 분노에 빠져 있다. 아들을 잃어 슬프고,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해 분노한다"고 전했다.
코흐칸은 한 명의 형제가 있었으며, "이런 상태에서, 이런 비참함 속에서 사람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친구는 묘사했다. 친구는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의 목격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에게는 너무 이른 죽음이었다"고 친구는 덧붙였다.
이란 북서부 길란주 라슈트에서는 전직 챔피언 보디빌더 메흐디 자트파르바르(39)가 지난 9일 시위 도중 사망했다고 헹가우가 전했다. 국제피트니스·보디빌딩연맹에 따르면 그는 두 차례 세계 클래식 보디빌딩 챔피언이었다. 자트파르바르는 스포츠생리학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길란에서 경험 많고 존경받는 코치로 널리 알려졌다고 헹가우는 밝혔다.
헹가우에 따르면 자트파르바르는 13세 때 역도를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파워리프팅과 역도에서 국내외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유명한 보디빌딩 코치이자 전직 챔피언인 아버지 마지드 자트파르바르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자트파르바르는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에 "우리는 단지 우리의 권리를 원할 뿐이다. 40년간 억눌렸던 목소리는 외쳐져야 한다"고 썼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이후 삭제됐다.
케르만샤에서는 42세 병원 직원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에브라힘 유시피가 지난 8일 목요일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사촌이 CNN에 전했다. 유시피는 두 아들과 한 딸을 남겼다고 사촌은 밝혔다. 사촌은 익명을 요구하며 목요일 이후 가족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에 있는 우리 친척들조차 이란에 있는 누구와도 연락해 그의 시신이 반환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쿠르드 지역에서 당국의 대응은 이란의 다른 많은 지역보다 상당히 더 심각했다"고 사촌은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일 이란계 미국인 학자·전문가들로 구성된 비공식 그룹의 추산을 인용해 지난 10일까지 이란 시위 사망자가 6000명에 달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추산에는 병원이 아닌 영안실로 직접 운구된 시신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