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김치라는 김치가 있다. 보쌈집에서 고기 한 점 집어 올릴 때마다 함께 나오는 그 김치다. 동글동글 말려 있고,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속이 꽉 차 있어 씹을 때마다 양념이 터진다. 보들보들한 배추 식감에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삶은 고기의 느끼함을 단번에 잡아준다. 이것이 바로 보쌈김치다.

보쌈김치는 원래 개성에서 유래된 고급 김치였다. 무생채, 잣, 대추, 밤 등을 넣어 보자기 싸듯 만든 궁중 요리 수준의 음식이었다.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던 특별한 김치였다. 개성은 배추가 좋기로 유명했고, 송상들이 모여 살던 부유한 지역이라 이런 화려한 김치를 만들 여력이 있었다.
지금 보쌈집에서 먹는 김치는 그것과 이름만 같다. 현대의 보쌈김치는 삶은 고기와 곁들여 먹는 김치를 뜻한다. 소금물에 살짝 절인 배추에 무채와 고춧가루, 액젓을 섞은 양념을 버무려 만든다. 오래 두고 먹는 김치가 아니라 고기와 함께 바로 먹는 반찬이다.
일반 김치와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배추를 통으로 절이지 않는다. 잎을 한 장씩 떼어내 절인 뒤 속을 넣고 말아 만든다. 그래서 한 입 크기로 먹기 편하고, 속이 꽉 차 있어 풍미가 진하다.
배추 1kg을 준비한다. 심지 부분을 파내고 잎을 하나씩 떼어낸다. 가장 안쪽 작은 부분 약 150g은 따로 챙겨둔다. 이것은 나중에 속재료로 쓴다.
미지근한 물 500g에 굵은 소금 50g을 푼다. 배추 잎을 앞뒤로 적신 후 잎 사이사이에 소금 50g을 뿌린다. 속까지 고르게 절이는 게 중요하다. 약 3시간 동안 절인다.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준다. 배추가 보들보들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잘 절여진 배추는 흐르는 물에 2~3번 씻는다. 물기를 꼼꼼히 뺀다. 
양념장을 만든다. 믹서기에 새우젓 20g, 까나리액젓 50g, 무 100g, 배 100g을 넣고 간다. 배와 무를 갈아 넣으면 양념이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더해진다. 여기에 간마늘 30g, 간생강 10g, 소고기 다시다 10g, 미원 5g, 설탕 60g을 넣는다. 고춧가루 150g을 넣고 잘 섞는다. 약간 되직하게 만든다. 농도가 중요하다. 너무 묽으면 배추에서 흘러내린다.
무 500g과 앞서 챙겨둔 속배추 150g을 채 썬다. 무는 가늘게 채 썰수록 양념이 잘 밴다. 완성된 양념장에 넣고 버무린다. 채소에서 물이 나오면서 농도가 적당해진다.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야 양념이 고르게 배는다.
절인 배추 겉잎 두 장을 깐다. 그 위에 완성된 속을 넉넉히 올린다. 속을 아끼지 말고 푸짐하게 올려야 한 입 베어 물 때 만족스럽다. 속이 빠지지 않도록 동글동글하게 만다. 양 끝을 안쪽으로 접어 넣으며 말면 속이 새지 않는다. 겉잎으로 감싸 마무리한다.
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그러면 보쌈 전문점 스타일의 김치를 완성할 수 있다.
보쌈김치는 겉절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배추를 소금물에 절였기 때문에 이파리가 보들보들하다. 겉절이의 아삭한 식감과는 다른 부드러움이다. 매콤한 양념이 삶은 고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고기를 삶으면 육즙과 기름이 빠져 담백해진다. 이 평이한 맛을 보쌈김치가 잡아준다. 삶은 고기의 느끼함을 잡는 것은 덤이다.
비단 수육뿐 아니라 어지간한 육류에는 다 잘 어울린다. 족발, 편육 모두 좋다. 단 유통기한이 짧다. 시중에서 파는 보쌈김치는 사이다, 물엿 같은 당류를 넣고 소금을 최소화하며 젓갈도 적게 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발효보다는 상하는 경향이 있다. 빠르게 먹을 만큼만 만들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냄새를 맡아보고 먹어야 한다.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보쌈김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맛이 강한 편이라 고기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김치 양념 맛 자체도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제대로 만든 보쌈김치는 다르다. 배추 한 장 한 장에 양념이 고루 배고, 무채가 아삭하며,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잡혀 있다. 고기와 함께 입에 넣으면 조화가 완성된다. 집에서 만든 보쌈김치로 고기를 싸 먹는다. 보쌈집 부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