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함평군의 행정 최일선 풍경이 확 달라졌다. 남성 공무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읍·면장 자리에 여성 리더들이 대거 포진하며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함평군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체질을 ‘권위’에서 ‘공감’으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리천장 뚫었다… 78%가 여성 기관장
최근 단행된 함평군의 인사는 그야말로 ‘여풍(女風) 당당’이다. 전체 9개 읍·면 행정복지센터 중 무려 7곳의 수장이 여성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비율로 환산하면 78%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번 인사로 정화자 함평읍장(4급)을 필두로 임수영(손불면), 서혜련(신광면), 윤미순(대동면), 정영심(해보면), 김미숙(나산면),박승이(월야면) 면장 등이 각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게 됐다.
남성 기관장은 김우석 학교면장(4급)과 정동안 엄다면장 단 두 곳뿐이다. 이는 보수적인 농촌 지역 공직사회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변화로, 성별의 구분을 넘어선 실리적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테일 행정’으로 주민 만족도 견인
함평군이 이러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행정의 질적 변화’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과거의 행정이 인프라 구축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주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살피는 복지와 문화, 공동체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군은 여성 리더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한 소통 능력이 대민 접촉이 많은 읍·면 행정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딱딱한 지시보다는 부드러운 설득과 공감이 주민들의 행정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상익 군수 “성별 아닌 오직 실력과 헌신”
이번 인사를 단행한 이상익 함평군수의 원칙은 확고했다. ‘관행 타파’와 ‘능력 우선’이다. 이 군수는 “이번 인사에 성별 쿼터 같은 기계적 균형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오직 누가 군민을 위해 더 헌신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롭게 임명된 읍·면장들이 현장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는 ‘현미경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며, 이들이 만들어낼 ‘더 좋은 함평’의 변화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였다.
◆취임 첫 행보는 ‘경로당 문안 인사’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신임 여성 읍·면장들은 취임과 동시에 사무실이 아닌 마을 경로당으로 향했다. 새해 인사와 함께 겨울철 한파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건강과 시설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화자 함평읍장은 “주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든든한 이웃이자,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임무”라며 “9개 읍면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함평군의 이번 실험이 전국 지자체의 양성평등 인사와 대민 행정 서비스 혁신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