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우고 끝이던 지하주차장, 미래형 아파트는 ‘이렇게’ 바뀐다

2026-01-12 10:41

롯데건설, ‘LIVEGROUND’로 아파트 지하공간에 활력 불어넣는다

롯데건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라운지형 ‘환대 공간’으로 바꾼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모습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사진
일반적인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모습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사진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대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휑한 콘크리트 벽, 바퀴 소리만 울리는 긴 통로, 방향을 놓치지 않으려 표지판을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되는 코너들. 비 오는 날엔 우산을 털 틈도 없이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장을 잔뜩 봐온 날엔 카트와 손가방을 번갈아 끌며 “빨리 집에만 가자”는 마음이 먼저 든다.

차를 세우고 올라가기까지의 몇 분은 생활의 일부라기보다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에 가깝다. 그래서 지하주차장은 늘 목적지가 아니라 통로였다. 잠깐 머물 뿐이고, 가능하면 오래 있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지하를 두고 ‘그냥 주차장’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설계가 등장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동선이 달라지고 지하가 단지의 첫인상이 되는 미래형 구상이다.

미래형 커뮤니티 허브 ‘Welcome Concourse’ 투시도 / 롯데건설 제공
미래형 커뮤니티 허브 ‘Welcome Concourse’ 투시도 / 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INTG)와 라이브그라운드를 공동 연구·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라이브그라운드는 ‘리버블 언더그라운드(LIVABLE UNDERGROUND)’를 합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살기 좋은 지하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회사가 제시한 콘셉트는 ‘일상생활 속의 여정’이다. 주차 기능은 그대로 두되, 주거동과 커뮤니티동 등 단지 내 시설과 지하공간을 촘촘히 연결해 “지하에서의 이동”이 단지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설계에서 눈에 띄는 포인트는 ‘지하=닫힌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다. 롯데건설은 지상의 조경공간과 지하를 선큰(지면을 파서 낮춘 공간, Sunken) 형태로 연계하고, 내부는 시멘트벽 대신 유리벽으로 구획해 시야가 트인 느낌과 개방감을 동시에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차가 다니는 곳이면서도 사람이 머물고 지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미래형 아파트 지하공간 ‘라이브그라운드’ 이용 가이드맵. / 롯데건설 제공
미래형 아파트 지하공간 ‘라이브그라운드’ 이용 가이드맵. / 롯데건설 제공

라이브그라운드는 크게 두 구역으로 구성된다. 주차장 진입부에 마련되는 통합 드롭오프존 ‘웰컴 콩코스(Welcome Concourse)’와, 지하주차장 출입구 인근에 배치되는 드라이브스루형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다.

먼저 웰컴 콩코스는 승하차 공간을 단지의 첫인상처럼 설계한 곳이다. 입주민이 차를 세우면 승하차 지점에서 대기하던 생활 로봇이 차량에서 커뮤니티 라운지 내부까지 짐을 옮겨주는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라운지는 지하 메인 커뮤니티 시설 전면부에 배치하고, 상부를 선큰 형태로 열어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해 ‘단지 안 마당’ 같은 역할을 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롯데건설은 웰컴 콩코스가 ‘2025 굿디자인 어워드’ 공간·환경 부문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됐다고도 덧붙였다.

드라이브스루 ‘Park and Ride’ 투시도 / 롯데건설 제공
드라이브스루 ‘Park and Ride’ 투시도 / 롯데건설 제공

파크 앤 라이드는 지상 조경시설과 지하 카페시설을 ‘한 덩어리’로 이어주는 공간이다. 단지에서 흔히 조경시설로 제공되는 지상 티하우스 성격의 공간에서 지하 카페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동선을 설계해 입주민들이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단지 진출입 과정에서도 차량 안에서 커피를 이용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와의 연계도 고려했다.

롯데건설은 라이브그라운드를 향후 수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적용할 예정이며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에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차량 주차라는 단순 기능 중심 공간이었던 지하주차장의 폐쇄성과 단절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기존 주차공간의 개념을 넘어 사람 중심의 밝고 쾌적한 환대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