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특유의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다. 하지만 집에서 오징어를 데쳐보면 식당에서 먹던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고무처럼 질겨지거나 크기가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오징어는 조리하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식감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예민한 식재료다. 많은 이들이 식당에서 먹던 야들야들하고 통통한 오징어 숙회를 집에서도 재현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직접 데쳐보면 고무줄처럼 질기거나 크기가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습관적으로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징어를 투입하지만, 사실 오징어의 육즙을 지키고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는 핵심 비결은 바로 '찬물'에서부터 조리를 시작하는 데 있다.
끓는 물에 넣으면 안 되는 이유
우리가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오징어를 끓는 물에 바로 던져 넣는 조리 방식이다. 차가운 상태의 오징어 단백질이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을 갑자기 만나면 순식간에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때 오징어의 겉면은 안쪽이 익기도 전에 딱딱한 벽처럼 굳어버리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에 들어있어야 할 수분과 맛있는 성분들이 밖으로 강제로 쥐어짜듯 빠져나가게 된다.
결국 겉은 타이어처럼 질긴 식감이 되고 속은 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비린내가 남는 상태가 되기 쉽다. 많은 사람이 속까지 익히려고 불 위에 더 오래 두는데,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징어는 수분을 잃고 더 작게 쪼그라들며 씹기 힘들 정도로 질겨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찬물로 삶았을 때’의 놀라운 효과
반면 찬물에 오징어를 처음부터 넣고 가열하는 방식은 온도 변화를 완만하게 만들어 오징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오징어의 겉면과 속살에 열이 고르게 스며들기 때문에 급격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조리 후에도 오징어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지 않고 원재료의 통통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서서히 익히면 오징어 특유의 달큰한 감칠맛이 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살점 속에 꽉 갇히게 된다. 씹었을 때 입안 가득 육즙이 터지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을 완성할 수 있어, 평소 질긴 음식을 기피하던 어린이나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도 전문점의 요리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실패 없는 3단계 조리법
이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나 값비싼 도구 없이 조리 순서만 바꾸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간단하다. 먼저 첫 번째 단계는 냄비에 씻어둔 오징어를 담고 찬물을 오징어가 잠길 정도로 충분히 붓는 것이다. 이때 잡내를 잡기 위해 소주 한 잔이나 식초 몇 방울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로는 불을 켜고 물 온도가 올라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물이 끓기 전까지는 굳이 뚜껑을 덮지 않아도 되며 오징어를 자주 뒤적일 필요도 없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타이밍 포착이다. 물이 팔팔 끓기 바로 직전, 즉 냄비 바닥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오징어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돌돌 말리기 시작할 때가 가장 완벽한 순간이다. 이때 지체 없이 오징어를 건져내야 한다. 냄비 밖으로 꺼낸 뒤에도 남은 열기로 인해 속까지 충분히 익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찬물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식혀야 오징어 본연의 진한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데친 오징어로 즐기는 맛있는 음식들

찬물 시작법으로 야들야들하게 데쳐진 오징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 재료가 된다.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향긋한 미나리와 함께 즐기는 오징어 숙회다. 아삭한 미나리와 연한 오징어 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잃었던 입맛을 되찾기에 충분하다.
매콤새콤하게 무쳐내는 오징어 초무침 역시 별미다. 얇게 썬 양파와 오이, 당근을 넣고 설탕과 식초를 섞은 고추장 양념에 비벼내면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입맛이 없는 날에는 오징어 비빔국수를 권한다. 소면을 삶아 갖은 채소와 부드러운 오징어를 듬뿍 넣고 비벼보자.
오징어가 질기지 않아 면발과 함께 부드럽게 씹히는 조화가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베이스로 한 오징어 샐러드는 건강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찬물로 익힌 오징어는 차갑게 식어도 살이 단단해지지 않아 샐러드나 냉채 요리에 활용해도 훌륭한 식감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