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 시작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재판 개시 직후 피고인 측과 조은석 내란특검 간 증거조사 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자, 지귀연 부장판사가 직접 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20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경 간부 7명의 결심공판을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개최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이다.
재판 시작 전부터 법정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가 서증조사용 출력물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복사본을 추가로 가져오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변호사는 "하드카피를 많이 출력하지 못했다"며 "복사해서 가져오고 있으니 구두변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 측은 즉각 반발했다. 특검은 "9시 20분부터 이 재판을 위해 모인 자리"라며 "전날 시나리오까지 제출했는데 자료도 없이 진행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측은 "준비가 완료된 피고인부터 증거조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양측의 언성이 높아지자 지 부장판사가 개입했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도 끝나가는 마당에 왜 이러시나"라고 운을 뗀 뒤 김 전 장관 변호인을 향해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 준비가 안 됐으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 김지미 변호사가 "하루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지 부장판사는 "프로랑 아마추어의 차이는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변호사가 "저희가 징징댄 건가"라고 되묻자, 지 부장판사는 "그 말씀이 징징대는 거다. 준비가 안 됐으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다고 하셔야 한다"고 일축했다. 곧 인쇄물이 도착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김 전 장관 측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이하상 변호사는 특검의 공소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국헌 문란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 권한 행사가 검사의 상상력에 의해 내란으로 둔갑했다"며 "대통령의 적법한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느닷없이 내란과 직권남용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또한 특검이 공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을 '피고인 윤석열'로 표기한 것에 강력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으로 호칭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헌법상 통치행위에 해당하며, 명령을 이행한 김 전 장관의 행위도 적법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오전 증거조사를 마치고 휴정에 들어갔으며, 공판은 오후 2시 재개됐다. 김 전 장관 측은 오전 재판에서 재판부가 남은 증거조사 분량을 확인하자 "제출한 증거 전체를 리스트업해 요지를 설명하겠다"며 "분량은 300~400쪽"이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 측 증거조사 이후에도 다른 피고인들의 증거조사가 예정돼 있어 결심공판은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군경 수뇌부 7명의 서증조사가 모두 완료된 후 가장 마지막에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재판부에 통보했다. 최후진술도 맨 나중에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최후변론에 6~8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고해, 결심공판은 오후 늦게 또는 밤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피고인 측 서증조사가 종료되면 특검팀의 최종의견과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 8명의 최후진술 순으로 변론 종결 절차가 진행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약 1시간 동안 최후진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가 전혀 없었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군과 경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입법부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려 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을 체포·구금하려 시도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형, 무기금고형만 있다. 1996년 검찰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형법 개정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노 전 대통령은 1심 징역 22년 6개월에서 2심 징역 17년으로 감형된 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이 마무리되면 윤 전 대통령 등 주요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선고만 남게 된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법원 정기인사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