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순천시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전남 동부권의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라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계를 넘어 남부권에 반도체 생태계를 심겠다는 노 시장의 구상은 전남 동부권 기존 주력 산업의 위기 탈출구이자,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첫 번째 경제적 결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 있고 전기 있다, 몸만 와라"… 준비된 반도체 도시
노관규 시장은 지난 7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를 만나 순천 해룡면과 광양 세풍리 일대 120만 평 부지를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공식 건의했다. 앞서 5일 순천상공회의소 신년회에서도 김 지사에게 강력한 협조를 요청한 데 이은 연타석 행보다.
순천시가 내세우는 자신감의 원천은 '완벽한 인프라'다. 반도체 공장의 필수 생존 조건인 전력과 용수 문제에서 자유롭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15GW 이상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주암댐과 상사댐이 보유한 50억 톤의 풍부한 수자원은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을 보장한다.
여기에 광양항과 여수공항을 낀 탄탄한 물류망, 신대·선월지구와 국가정원 등 이미 검증된 정주 여건은 고급 인력 유치가 필수인 반도체 기업들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순천시는 이를 'RE100 완결형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라고 명명했다.
#철강·석유화학의 위기, 반도체로 뚫는다
이번 건의는 단순한 산업단지 유치를 넘어선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여수 석유화학 단지와 광양 제철소 등 전남 동부권의 전통적 산업 구조를 대전환하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포스코와 남해화학 등 지역 거점 기업들은 스페셜티 케미칼(반도체 특수원료)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반도체용 가스 기업을 인수하는 등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순천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산업 생태계의 퍼즐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광주·전남 통합의 '경제 엔진' 점화
순천시의 구상은 광주와 전남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과도 맞닿아 있다. 광주가 보유한 첨단 패키징 역량과 전남의 제조·소재·물류 기반을 결합하면 강력한 '반도체 연합체'가 탄생할 수 있다. 이는 행정통합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적 시너지로 이어지는 첫 번째 성공 모델이 될 전망이다.
또한,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도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반도체 시설(팹)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국가적 과제와도 부합한다. 대만과 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들이 이미 취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노관규 시장은 "이번 유치전은 순천을 넘어 전남 동부권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수도권이 가진 전력과 용수 공급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인 순천에 반드시 국가산단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동부권을 '반도체 심장부'로 만들겠다는 노 시장의 담대한 구상이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