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바쁠수록 식사는 대충 넘기기 쉽다. 배는 고픈데 입맛은 없고, 뭔가를 만들자니 시간과 의지가 동시에 부족하다. 이럴 때 유독 자주 손이 가는 과일이 바나나다.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씹지 않아도 넘어갈 만큼 부드럽다. 그런데 바나나를 늘 그대로만 먹었다면, 아침 식사의 가능성을 절반만 쓰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집에서 간단히 해 먹기 좋은 조합으로 바나나와 계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리법은 놀랄 만큼 단순하지만, 포만감과 만족도는 예상보다 크다. 바나나에 계란물을 부어 프라이팬에 익히면, 디저트 같기도 하고 한 끼 식사 같기도 한 아침 메뉴가 완성된다. 토스트도, 밥도 부담스러운 날에 특히 잘 어울린다.

이 조합이 좋은 이유는 맛보다 구조에 있다. 바나나는 열을 가하면 당도가 더 또렷해지고, 계란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식사의 중심을 잡아준다. 둘을 함께 익히면 바나나의 단맛이 계란의 고소함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게 느껴지고, 밀가루를 쓰지 않아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침에 속을 편안하게 채우는 데 이보다 간단한 방법은 많지 않다.
만드는 과정은 준비부터 빠르다. 바나나는 너무 덜 익은 것보다는 껍질에 점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 좋다. 당도가 올라와 있고, 팬에서 익힐 때 부드럽게 풀린다. 바나나를 통으로 쓰기보다는 도톰하게 어슷 썰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너무 얇으면 계란물에 섞이며 형태가 사라지고, 너무 두꺼우면 속까지 따뜻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계란은 바나나 한 개 기준으로 한 알이면 충분하다. 볼에 계란을 풀고 소금은 아주 소량만 넣는다. 단맛을 살리고 싶다고 설탕을 넣을 필요는 없다. 바나나 자체의 당분으로 충분하다. 계란물을 바나나 위에 부어 살짝 적신다는 느낌으로 섞어준다. 이때 으깨듯 섞지 말고, 코팅하듯 가볍게 다루는 것이 좋다.

프라이팬은 중약불로 예열한 뒤 기름을 아주 소량만 두른다. 버터를 쓰면 풍미는 좋아지지만, 아침 식사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얇게 펴 바르는 정도면 충분하다. 팬에 바나나를 먼저 올리고, 남은 계란물을 위에서 천천히 부어준다. 계란이 바나나 사이를 채우며 자연스럽게 굳어간다.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 조절이다. 센 불에 빠르게 익히면 계란은 타고 바나나는 흐물거린다.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계란은 부드럽게 굳고, 바나나는 따뜻해지며 단맛이 살아난다.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뒤집을 타이밍이다. 한 번에 뒤집기 어렵다면 반으로 나눠 접듯이 뒤집어도 괜찮다. 모양보다 식감이 중요하다.
완성된 바나나 계란 부침은 겉은 촉촉하고 속은 부드럽다. 포크로 떠먹어도 좋고, 손으로 집어 먹어도 부담이 없다.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하지만, 견과류를 조금 뿌리면 씹는 재미가 더해진다.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리면 디저트 같은 인상도 살아난다.

영양 면에서도 균형이 좋다. 바나나는 탄수화물과 칼륨이 풍부해 아침에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해주고, 계란은 단백질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준다. 커피만 마시고 출근하던 아침과는 확실히 다르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오전 내내 허기를 덜 느끼게 해준다.
주의할 점도 있다. 바나나가 너무 익어 물러진 상태라면 팬에서 쉽게 풀어져 식감이 죽을 수 있다. 또 계란물을 너무 많이 쓰면 바나나 맛이 묻힌다. 이 조합은 바나나가 주인공이고, 계란은 연결 역할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바쁜 아침에 꼭 거창한 식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나나와 계란처럼 늘 집에 있는 재료도, 조합과 방식만 바꾸면 충분한 한 끼가 된다. 씻을 그릇도 많지 않고, 조리 시간도 길지 않다. 아침을 거르기 쉬운 날이라면, 프라이팬 하나로 이 조합을 한 번 꺼내보자. 생각보다 든든하고,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아침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