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겨울 노점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며 굴러가던 군고구마를 떠올린다. 껍질을 벗기면 김이 오르고, 속은 꿀처럼 촉촉했던 그 맛이다. 문제는 집에서는 그 맛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븐이 없거나, 에어프라이어로 구우면 겉은 마르고 속은 퍽퍽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간단한 도구, 프라이팬 하나만으로도 군고구마에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다.
핵심은 불이 아니라 환경이다. 군고구마가 맛있는 이유는 고구마가 천천히 익으며 내부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 때문이다. 너무 센 열에 빠르게 익히면 단맛이 올라오기 전에 수분만 날아가 버린다. 프라이팬에 종이 호일을 깔고 냄비 뚜껑을 덮는 방식은, 이 ‘천천히 익히는 환경’을 집에서도 만들어준다.

먼저 고구마 선택부터 중요하다. 꿀고구마처럼 당도가 높은 품종이 적합하지만, 무엇보다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다. 굵은 고구마는 겉과 속의 익는 속도가 달라 실패 확률이 높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닦고, 껍질째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껍질은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프라이팬에는 종이 호일을 한 겹 깐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고구마가 직접 팬에 닿아 타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을 부드럽게 분산시켜 고구마가 골고루 익도록 돕는다. 호일 위에 고구마를 올리고, 서로 겹치지 않게 간격을 둔다. 고구마가 겹치면 수분이 빠져나오지 못해 찌는 것처럼 익을 수 있다.
이제 냄비 뚜껑을 덮는다. 프라이팬 뚜껑이 아니라, 살짝 무게감 있는 냄비 뚜껑이 더 좋다. 내부의 열과 수분을 잡아주면서도 완전히 밀폐되지 않아, 군고구마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촉촉한 질감을 만들어준다. 불은 반드시 약불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센 불을 쓰면 껍질만 타고 속은 설익는다.

약불에서 10분 정도 지나면 고구마를 한 번 굴려준다. 이때도 젓가락으로 찌르지 말고, 집게로 살짝 방향만 바꿔준다. 다시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더 익힌다. 고구마 크기에 따라 총 25분에서 35분 정도가 적당하다. 중간에 타는 냄새가 난다면 불이 센 것이다. 이 요리는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다.
익었는지 확인할 때도 요령이 있다. 젓가락을 깊이 찔러보는 대신,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말랑한 느낌이 들면 충분히 익은 상태다. 불을 끈 뒤 바로 꺼내지 말고, 뚜껑을 덮은 채로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단맛이 한 번 더 올라온다. 이 시간 동안 내부 온도가 유지되면서 전분이 당으로 더 전환된다.
이렇게 만든 고구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단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겉은 살짝 쪼글쪼글하고, 속은 촉촉하다. 전자레인지로 익힌 고구마와 달리 물기가 흐르지 않고, 군고구마 특유의 포슬하면서도 끈적한 질감이 살아 있다. 설탕이나 버터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주의할 점도 있다. 종이 호일은 반드시 프라이팬 크기에 맞게 깔아야 하며, 가장자리가 불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뚜껑을 자주 열면 내부 온도가 떨어져 단맛 형성이 방해된다. 한 번 덮었으면 중간 확인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의 장점은 간단함이다. 별도의 장비 없이, 집에 있는 프라이팬과 냄비 뚜껑만으로 충분하다. 전기요금이나 예열 시간도 필요 없다. 고구마가 생각날 때 부담 없이 꺼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생활 활용도가 높다.

군고구마는 특별한 기계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아니다. 천천히, 고구마가 스스로 달아질 시간을 주는 것이 전부다. 프라이팬 위에 종이 호일을 깔고 뚜껑을 덮는 순간, 집에서도 충분히 그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다음번 고구마는 찌거나 데우지 말고, 한 번 프라이팬에 올려보자. 익숙한 재료가 전혀 다른 얼굴로 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