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신도시 정비 깜깜이 예산 끝... 25종 '표준 가격표' 못 박았다

2026-01-08 15:30

151건 표준품셈 확정, 엔지니어링 산업 투명성 강화

산업통상자원부가 엔지니어링 산업의 공정한 대가 산정과 발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연료 충전시설 점검정비, 기후변화영향평가 등 총 25건의 엔지니어링 표준품셈을 1월 2일 자로 공표하고 본격적인 제도 안착에 나섰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정부는 그동안 명확한 대가 기준이 없어 예산 편성이나 사업 발주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엔지니어링 분야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꾸준히 표준품셈을 마련해 왔다.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제31조에 근거를 둔 표준품셈은 발주청이 사업 예산을 편성할 때 직접인건비를 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산업부는 2019년부터 이번 발표 직전까지 총 151건의 품셈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며 시장의 적정 대가 보장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번 조치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새로운 기술 수요를 즉각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에 확정된 25건의 표준품셈은 총 58종의 세부 기술 부문을 포괄하며 산업, 정보통신, 전기, 환경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에너지 및 화학 관련 업계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른 안전 관리 기준의 신설이다. 수소법에 따라 운영되는 수소충전소의 예방 점검, 긴급 점검, 설비 점검 등 정상적인 운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보수 업무의 대가 기준인 수소연료 충전 시설 점검 정비 품셈이 새롭게 제정됐다. 이는 고압가스를 다루는 수소 설비의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과 안전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명확한 비용 산정 기준이 부재했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수소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거나 위탁 관리할 때 적정한 유지보수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관련 설비의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및 플랜트 분야에서도 굵직한 기준들이 마련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 의거해 특정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 표준품셈이 제정되어 정책 계획이나 개발 기본 계획 수립 시 체계적인 비용 산정이 가능해졌다. 또한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른 소각시설 설치를 위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품셈도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소각시설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자 필수 환경 기초 시설로, 고난도의 설계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번 품셈 제정으로 인해 엔지니어링 사업자들은 적정한 설계 대가를 보장받게 되고 발주처는 설비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발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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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및 안전 분야의 품셈도 대폭 보강됐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실의 재해 예방과 안전 점검을 수행하는 연구실 안전 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품셈이 마련되어 대학 및 연구 기관의 안전 관리 예산 집행이 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 시설의 성능 위주 설계, 비점오염저감시설 유지관리, 사설 항로표지 유지관리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생활 밀착형 엔지니어링 분야의 대가 기준도 이번에 함께 정비됐다. 철도 산업 분야에서는 철도건설법에 따른 전철 전력 분야와 신호 제어 분야의 정밀 진단 및 성능 평가 기준이 신설되어 노후화된 철도 시설의 체계적인 관리를 뒷받침하게 된다.

기존에 운영되던 품셈의 개정도 이루어졌다. 노후 계획 도시정비법 시행에 맞춰 노후 계획도시의 정비 방향을 설정하는 국토계획 품셈이 보완되었으며, 건설 현장의 발파 공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발파 설계 및 계측 품셈도 현장 여건에 맞게 다듬어졌다. 해양 조사 부문에서는 선박의 교통안전을 위한 수심 측량과 해저 지형 측량 기준이 신설되고 파랑 관측 등 기존 항목이 현실화되었다. 터널 내 기계 설비의 기술적 검토를 위한 시뮬레이션 및 설계 업무 기준도 도로법에 근거하여 한층 정교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공표된 표준품셈을 엔지니어링 대가산정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즉시 공개했다. 발주 담당자와 사업자가 복잡한 계산식 없이도 온라인상에서 자동으로 대가를 산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히 기준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더불어 작년 12월 공포된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발주청은 사업 대가 산출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